주민 반대 탓에 장애인 연수원과 특수학교 등 이른바 기피시설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업비가 덩달아 증가하고 예산 낭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1000억원 넘게 예산이 투입된 서울 강서구 ‘어울림플라자’는 주민 반대 여파로 10년 넘게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는 서울 자치구 25곳 중 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강서구 등촌동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복지시설인 어울림플라자 건립을 결정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왜 자꾸 장애인 시설을 설치하려 하느냐’ ‘강남이나 김포에 지으라’며 반발했다. 또 시설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명목으로 건립을 반대해 왔다.
시는 2020년 10월 어울림플라자공사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소음이나 분진 등 주민 피해 저감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어울림플라자 건립 공사는 이듬해인 2021년 11월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당초 계획보다 6년 지연된 것이다.
공사가 길어짐에 따라 투입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2020년 722억원으로 예상됐던 공사비는 지난해 859억원으로 증가했다. 시는 올해 109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토지비 418억원을 포함하면 총 1386억에 달하는 예산이 쓰였는데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로 준공이 더 늦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들어설 예정인 특수학교 ‘동진학교’(가칭)도 어울림플라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69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역시 주민 반대로 12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서울 동부지역엔 특수학교가 없다. 그동안 동부지역 장애 학생들은 인근 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을 해야만 했다. 이에 2012년 12월 동진학교 설립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중랑구 일부 주민은 관내에 이미 노인복지시설인 ‘의료안심주택’이 있는데 또 다른 기피시설인 특수학교까지 들어서는 걸 용인할 수 없다며 반대에 나섰다. 이 때문에 동진학교 설립 부지는 8번이나 바뀌었다. 학교 개교일도 당초 2017년에서 2027년으로 10년이나 늦춰졌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개교일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동진학교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대로 인한 공공시설 건립 지연이 결국 공동체 전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본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주민의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로 장애인 시설 등에 대한 공사가 지연되면 공동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