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총회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설교는 온전한 설교가 아니다’라는 연구안을 마련했다. 교단 차원의 AI 윤리지침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예장통합에 따르면 정책기획및기구개혁위원회는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 윤리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오는 9월 열리는 제109회 총회에 청원한다. AI 활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목회자들이 이를 목회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한국교회 담임목사와 부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목회자 절반(47%) 정도가 인공지능 챗GPT를 직접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활용 분야로는 ‘설교 또는 강의 준비를 위한 자료 획득’(87%) ‘설교문 작성’(29%) 등이었다. 또 인공지능 사용이 윤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적절하다’(34%) ‘부적절하다’(33%) ‘모르겠다’(33%)로 비슷했다.
위원회는 윤리지침을 통해 “설교는 성령의 감동으로 되는 것이지 인공지능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지침에는 “설교문은 설교자의 영성, 시대적 정황, 청중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터 위에서 성령의 감동과 인도하심에 따라 만들어진다”면서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설교는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기 어려우므로 온전한 설교가 될 수 없다”고 명시됐다.
AI를 직접 사용해 본 목회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 사역하는 A목사는 “AI로 설교문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듣기 좋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영성이 있는 설교라고 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B목사도 “부목사들과 함께 AI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성령이 역사하는 설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AI에 편리성이 있는 만큼 목회자가 쉽게 설교를 만들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침에도 목회자가 AI가 지닌 속성의 한계와 위험성을 잘 알고 배워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AI가 수행할 수 없는 목회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안도 명시됐다. ‘인공지능은 시설과 장비 관리, 현금 수납과 재정 관리 등에 유용할 수 있으나 위기에 처한 성도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심방, 말씀 인격 성령의 역사가 함께해야 하는 설교와 같은 일의 능력은 제한적이기에 양쪽의 효율성을 잘 인식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위원회는 “금속활자의 신기술이 종교 개혁에 도움이 됐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성도의 영적 성장과 교회 부흥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목회자는 영광스러운 설교자의 자리를 AI에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예장통합 “AI가 만든 설교는 온전한 설교 아니다” 못박아
입력 2024-07-17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