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틱톡,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숏폼(짧은 영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TV는 올해 3분기 중으로 유튜브나 블로그 등 다른 플랫폼에서 구독자를 100명 이상 보유해야 했던 TV 채널 개설 조건을 없애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채널 운영 기회를 주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네이버TV는 드라마·스포츠·예능 시청뿐 아니라 개인방송까지 진행할 수 있는 네이버의 통합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네이버TV를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해 숏폼 서비스 ‘클립’과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네이버TV는 네이버가 올 상반기 선정한 2000여명의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들 크리에이터가 올린 콘텐츠가 전체 클립 재생 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에서 숏폼이 일반 창작자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용자 유입을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나우(네이버TV 애플리케이션)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31만명으로 전년 동월(61만명)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여기에 네이버는 클립을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연내 연동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영향력이 큰 치지직 스트리머가 기존 라이브 영상을 클립용으로 올리면 그만큼 콘텐츠 다양성이 커지고 이용자 유입도 활발해질 수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내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펑’ 기능 고도화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 11일 펑에 올리는 콘텐츠 길이를 15초에서 최대 1분으로 확대했다. 펑 공개 시간은 기존에 24시간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12시간, 48시간 옵션을 추가했다. 펑을 활용한 소통 수요를 고려한 조치다.
이들 플랫폼의 숏폼 기능 강화는 시청자의 동영상 이용 패턴이 점차 짧은 콘텐츠 위주로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KT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지난 3월 공개한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15초 이하의 숏폼은 올해 ‘즐겨보는 온라인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올해 4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인 세계 숏폼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6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봤다.
숏폼 플랫폼의 광고 시장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틱톡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 53%는 틱톡샵에서 K-푸드, K-뷰티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6%는 동영상 시청과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틱톡샵에서 자신이 사고 싶은 제품이 출시되길 기대했다.
차상훈 칸타코리아 미디어 솔루션 이사는 “한류가 주는 상업적 기회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제품을 소비자가 보다 쉽게 발견하게 만드는 데 있다”며 “이미 한류 팬들이 있는 플랫폼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