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충청권 합동연설회는 특정 후보를 향한 비난이 터져 나오고 욕설과 야유와 몸싸움이 이어지는 난장판이 됐다. 의자를 집어든 지지자들의 다툼은 침몰하는 난파선의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 그것도 정권을 허락했던 국민의 다수가 지지를 철회해 참패한 집권당이 자성의 무대로 마련한 자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지금 한국 정치의 병적인 문제는 대화를 가로막는 혐오의 확산에 있다. 그것이 정파를 넘어 당내 세력 간에도 장벽을 쌓아올리고 있음을 여당의 난장판이 보여줬다. 같은 당에서조차 반목하며 공멸의 길을 가는 이들이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를 운영하겠나.
국민의힘 사태는 후보들이 갈등에 불을 질렀고, 그것이 당원들에게 전이돼 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하자 다시 후보들이 넘겨받아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악순환의 양상을 띠고 있다. 연설회 폭력의 시작은 “배신자”란 외침이었다. 이 선거판을 친윤(친윤석열) vs 친한(친한동훈)의 구도로 만들려는 후보들이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씌웠고, 지지자들이 그에 반응해 육탄전을 벌였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력을 한목소리로 배격했어야 할 후보들은 이튿날 “○○○ 후보 지지자들이 계획 난동을 벌였다”거나 “△△△ 후보 지지자가 폭행하는 영상도 있다”는 식의 편 가르기에 열중했다. 특정 후보가 선출되면 경쟁 계파에서 그를 조기에 끌어내릴 거라는 공작설까지 유포됐다고 한다.
당 내부에서도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지만, 당을 이끌겠다는 이들은 수준 이하의 정치를 자성하는 기색이 없다. 이러니 거대 야당이 상식 이하의 정치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저 여당보다 못하긴 어렵다”는 야당의 자신감은 여당 리더들의 ‘자해 정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한국 정치의 부정적 단면을 압축한 무대로 변질됐다. 이래선 미래를 열어갈 리더십을 창출할 수 없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하고,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다. 누구를 뽑느냐보다 어떻게 뽑느냐가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