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각종 기독교 미디어에는 인생역전을 이룬 크리스천들의 간증이 넘쳐납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십억의 연 매출을 거두는 젊은 CEO, 무명 생활을 뚫고 드디어 궤도에 오른 연예인들, 개척교회로 시작해 수만 명의 성도를 거느린 교회의 담임이 된 목사님의 이야기. 우리는 이런 간증을 접하면서 성공을 꿈꿉니다.
우리가 꿈꾸는 대로 인생역전을 일군 한 아가씨가 있습니다. 에스더라는 인물입니다. 에스더는 기구한 인생을 산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읜 그는 삼촌 모르드개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바빌론 시기 유다에서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 후손이었습니다. 타지에서 포로로 잡혀 온 자로 이들에 대한 대우는 좋을 리 없었습니다. 에스더는 자신의 출신을 절대 들켜선 안 된다는 삼촌의 당부를 항상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하수에로 왕이 새로운 왕후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아하수에로 왕은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페르시아 왕이었던 그는 그리스 정복을 꿈꾸고 전쟁에 나섰다가 살라미스 해전에 크게 패한 뒤 귀국한 상태였습니다. 왕은 수도로 복귀해 향락에 빠져 살았습니다.
왕후가 되더라도 자칫 왕의 하룻밤 향락의 대상으로 평생 궁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왕후 후보가 된 사건은 에스더에게 기회이자 위기였습니다.
에스더는 당당히 왕후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다른 후보들은 열심히 자신을 치장할 때 에스더는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그 모든 치장을 이겨낼 만큼 에스더가 아름다웠나 봅니다. 그렇게 에스더는 ‘인생역전’에 한 발짝 다가섭니다.
인생역전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에스더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아각 사람 하만의 계략으로 히브리 사람들이 모두 몰살당할 위기에 빠지게 됐습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에게 나아가 살려달라고 부탁하라 요청합니다. 모르드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하니.”(에 4:14)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거둔 인생역전의 무게를 일깨웠습니다. 저는 이 말이 인생역전을 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역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영광과 힘만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 인생 역전을 마침내 손에 얻어 사람들 앞에 높이 치켜들 상상을 하곤 하지요. 어떤 사람은 실제 인생역전을 손에 얻었을 때 자신을 높이기에 바쁩니다.
우리는 인생역전의 무게를 반드시 느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인생역전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하신 의무도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싸움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큰 힘을 가진 만큼 우리를 향해 몰려드는 세상의 악함도 감당해야 합니다. 이 의무감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평화롭게 삼촌과 살던 에스더가 왕후가 되어 모든 이스라엘의 운명을 등에 지고 목숨을 걸 선택을 내려야 했던 때처럼 말입니다.
기독교인에게 인생역전이란 꼭 그렇게 갈망할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주어진 게 적다면, 책임과 의무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은 ‘선한 영향력’이란 표현을 자주 합니다. 더러는 이 말을 앞세워 성공을 향한 야망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선한 영향’에는 큰 관심 없이 ‘력’만을 쫓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좀 더 겸손한 시선으로 우리 삶을 바라보길 소망합니다. 영광이 주어졌다면 그 영광의 빛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하지 말고, 그 영광에 합당한 의무를 바라봅시다. 혹여 영광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내 삶의 안식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면서 인생을 살 수도 있겠습니다.
차성진 목사(오송생명교회)
◇차성진 목사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오송생명교회에서 청년부를 맡고 있습니다. ‘엠마오 연구소’라는 기독 유튜브 채널을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