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있는 ‘연세 카리스 정신건강의학과 및 가족연구소’. 지난 9일 방문한 이 병원은 외관상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지만 특별한 곳이라 할 만하다. 물리적 치유와 더불어 영혼 구원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크리스천 병원이자 탈동성애까지 포함한 정신치유 사역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복음 병행 치유
개원한 지 얼마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발길이 많진 않았지만 내원객은 이어졌다. 경기도에서 온 박모씨는 “성 정체성 고민 등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어디가서 고민을 적절히 토로하기도 힘든 형편이라 여기 왔다. 다른 병원과 다른 특성이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유 사역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각종 의학적 기법을 활용한 정신의학적 상담이다.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위기개입과 해결 지향적 단기 정신치료 등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뇌파치료와 약물치료 등도 있다.
병원 공동 원장인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동성애를 치유하는 방법은 통칭 전환치료라고 하는데 일반 정신치료적 방법을 사용한다”며 “치유 방법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우울증을 치유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기독교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한 방식이다. 박희정 원장은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직접 공급받는 예배와 성경말씀, 기도가 다양한 각도에서 정신건강의 회복에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독교를) 안 믿던 내담자들의 경우 복음이 치료적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는지에 대한 간증을 반복 청취하면서 예수님을 믿게 되고, 예배를 드리게 되는 경우 가장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적으로 탈동성애만을 위한 치유 상담을 해주는 단체도 있다. ‘히즈케어링’이다. 이는 여러 목회자와 의사, 전문 상담가 등이 협업하고 있으며 일대일을 통한 내적 회복을 우선순위로 둔다. 대상자 개개인의 사생활과 익명성,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보장된다.
감리교 출신 목회자이자 의사로서 이 사역을 돕는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은 “100% 탈동성애자로 운영위원회도 구성해 탈동성애를 고민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탈동성애를 소망하며 자발적으로 연락해 온 이들이 대부분이며 강압적으로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동성애는 치유 가능”
일부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동성애를 치유 불가능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치유 사역의 효과를 마주한 이들은 이를 전면 반박한다. 염 원장은 이에 대해 “동성애는 벗어날 수 없는 타고난 것이라는 비과학적 미신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성애에서 벗어나 결혼까지 이르는 등 ‘히즈 케어링’을 통한 상담 효과와 경과가 아주 좋다”며 “탈동성애에 성공한 이들이 지난 세월을 후회하며 오히려 자비량으로 간사로 나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관련 연구를 해온 민 교수 역시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며 치유가 가능한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각종 의학논문들을 조사해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라는 의학적 사실, 신체적으로 합병증이 많다는 사실, 정신건강 측면에서 정신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 등을 발표했다”며 “의사로서 이론적인 측면을 넘어 실제 치유하는 사역의 필요성이 절실해져 이렇게 행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독교 성문화 연구소 절실
국내에서 동성애 치유 사역 현황은 극히 미미하다. 일반 의학계는 물론 기독 의사들이나 교계에서도 해당 사역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탈동성애자 규모나 치유 성과, 구체적 문제 등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극히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를 다루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동성애를 부담이나 혐오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며 회피하지 말고 애정어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해당 사역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 교수는 “기금을 조성해 기독교 성문화를 증진하는 종합적 기구 및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연구조사, 교육, 학술지와 미디어제작, 도서관, 진료-상담클리닉 등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최경식 임보혁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