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70·끝>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입력 2024-07-16 03:07
라파엘 作 / 기적의 물고기잡이, 1515~1516년

새벽 안개 잔잔히 피어오르는 디베랴 바다에서
일곱 명의 어부가 부지런히 고기를 잡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인 베드로, 도마, 나다나엘,
세베대의 두 아들, 그리고 또 다른 제자 둘이네

밤새도록 여기저기에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해 깊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저 멀리 바닷가에 서 있는 누군가가 말하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제자들이 그물을 거기 던지자
고기가 아주 많이 들어 건져 올리기조차 힘드네
아, 저분은 주님이시다! 요한의 그 말에
베드로가 벗었던 몸에 겉옷 두르고 물속으로 뛰어드네

제자들이 뭍으로 올라와 보니 숯불이 피어있네
갈릴리 바닷가 숯불 위에는 생선과 빵도 있네
방금 잡은 생선도 올려서 함께 아침을 먹자꾸나
예수님의 말씀에 정겹고 조촐한 아침 향연이 열리네

예수님의 마지막 표적으로 부활 이후 디베랴 바다에서 고기 잡던 일곱 제자에게 베푸신 표적이다.(요 21:1~13) 이때의 일곱 제자는 베드로 도마 나다나엘 세베대의 아들들(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제자 둘(안드레와 빌립)이다. 디베랴 바다는 갈릴리 바다 또는 게네사렛 호수라 불리기도 한다. 예수님은 공생애 초창기에 제자들을 부르실 때도 똑같은 표적을 베푸셨다.(눅 5:1~11) 그때 갈릴리 바다의 어부들도 밤새 그물을 던졌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하지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했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힌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요한은 똑같은 표적을 보고 바로 예수님인 줄 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이루어진 조반의 향연은 그간 서먹해진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관계를 다시금 화기애애하게 회복시켰으리라.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