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 등에 등장하는 기독교나 기독교인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한마디로 ‘나는 기독교가 싫어요’라 해도 무방한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교회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중의 실망이 반영된 탓도 있지만 일부 교회나 기독교인의 행태를 확대 해석한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속 크리스천의 비애
지난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플레이어2’에는 신도를 속여 교세를 확장하는 이단·사이비 성향의 교주가 등장한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신도를 치유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곧이어 그 신도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서자 주변에서 열광한다.
이 외에도 교회를 아지트 삼아 인간을 먹는 목사(넷플릭스, 기생수:더그레이), 성경구절을 인용해 자신을 예수로 비유하는 부패한 정치인(넷플릭스, 돌풍) 등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마주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조사한 ‘개신교인의 미디어 이용 실태 및 인식’(그래픽 참조)에 따르면 대중문화 속 기독교인 이미지에 대해 10명 가운데 7명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미디어에서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로 응답자 중 41%가 “기독교 전반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부 교회의 잘못을 확대 해석” “사이비 종교와 구분하지 못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0% 수준이었다. 정통교회가 아닌 이단·사이비 종교 또는 일부 교회의 부정적 이미지가 기독교 전체 모습인 양 확증 편향적으로 나타나는 점도 확인된다.
‘광신도 일반화’ 반기독 문화
미디어에 등장하는 ‘빌런’ 같은 기독교인 내지는 목회자 이미지는 당사자 격인 크리스천에게도 충격과 부끄러움,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경기도 고양에서 교회를 다니는 김유진(38)씨는 15일 “반기독교성이 짙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화도 나고 불편하지만 뉴스로 다뤄지는 기독교 비리나 사건을 접할 땐 ‘완전히 허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욱주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기독교를 접한 사람은 기독교를 사이비 종교와 같은 이미지로 생각한다. 이는 기독교 자체를 광신도로 만드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독교 성향의 미디어 문화는 크리스천마저 세속문화로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기독 유튜버 ‘책읽는 사자’는 “현재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상대적인 개념이 된다. 비기독교인은 ‘이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옳고 그름의 가치 기준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독교인은 주류 문화를 조용히 바꿔 버리는 미디어로 인해 세상 문화에 동화돼 세속적 관점으로 살아가는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교회 구성원, 복음적 생산자로
이 같은 현실에 대응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교계 및 교회 차원의 대처를 주문했다. 반기독교성이 짙은 소재를 다루는 콘텐츠 제작사에 대해 교회연합기구 차원에서 항의와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정도가 지나친 표현에 대해서는 엄중한 지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독 콘텐츠의 활발한 제작도 방법이다. 박 교수는 “교회는 성경·신학 중심으로 미디어를 보기 때문에 미디어 자체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미디어 주류 시장과 경쟁할 만한 기독교 콘텐츠를 제작해서 화제와 주제를 선점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관의 충돌 또는 혼란을 겪는 교인들을 위해 목회자와 주일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기독교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반기독교적 콘텐츠를 접할 때 이단·사이비와 정통 교회의 차이를 분별하는 법, 성경적 세계관과 윤리 등을 바르게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읽는 사자도 “교회 구성원이 복음적 생산자가 되도록 성경적인 온라인 콘텐츠 창작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수연 박윤서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