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최고위원 선거를 놓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막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동훈 후보 측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러닝메이트’ 중 최소 2명 이상을 최고위원회의에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 국민의힘 당헌·당규 때문이다.
이에 대항하는 친윤계에서는 ‘한동훈 독주체제’에 대한 견제심리에 호소하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 현실이 되더라도 최고위원회에 비한(비한동훈)계 인사를 다수 포진시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 선거가 이번 전당대회의 숨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 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허수아비’ 당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선출직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1명 포함) 5명 중 4명 이상의 사퇴 등 궐위 시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도록 한 국민의힘 규정이다. 한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이 당대표에 오르더라도 선출직 최고위원에서 우군을 최소 2명 이상 확보해야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이는 최고위원회의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숫자다.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지명직 최고위원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당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만큼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을 더하면 과반수인 5명이 확보돼 주요 의결사항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한 후보 측 러닝메이트로는 장동혁·박정훈 최고위원 후보와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현역 의원 3명이 나선 상황이다. 한 후보는 최근 이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연설을 준비하는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인지도 확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경쟁 그룹에서는 최고위원 선거가 ‘1인 2표’(당대표·청년최고위원 투표는 1인 1표)로 이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원들이 특정 진영에 세를 몰아주지 않기 위해 ‘분산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한계 중에서는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 최다표를 얻어 ‘수석최고위원’으로 불렸던 김재원 후보와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후보 등이 당선권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 후보는 나경원 후보와 협력 관계라 밝힌 적이 있고, 인 후보는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다. 여성 몫으로 단독 출마해 사실상 당선이 유력한 김민전 최고위원 후보가 향후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인사는 “영남권에서는 ‘반한’ 정서가 만만치 않다”며 “막판에 견제 표심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