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제비뽑기→전자투표… 총회 선거법 다양하네

입력 2024-07-16 03:03
예장통합 서울강남노회 노회원이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 열린 제74회 정기회에서 모바일 블록체인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수기투표→제비뽑기→전자투표→?

우리나라 주요 교단 총회의 임원선거 방식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현재는 수기와 전자투표를 혼용하는 게 대세다. 일부 교단에서는 블록체인(정보를 기록·추적하는 분산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선거까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시대에 또다시 수기 투표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사례도 등장하는 등 교단들의 선거투표 제도에도 사연이 많다.

예장합동 ‘우린 수기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웅 목사)는 109회 총회 임원 선거를 수기 투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예장합동은 2017~2021년까지 전자투표로 임원 선거를 실시했다. 하지만 2021년 치러진 106회 총회 때 낙마한 후보 측이 절차상 하자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기로 전환했다.

선관위원장 권순웅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몇 해 동안 수기 투표를 해 본 결과 신뢰도가 높고 투·개표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2001년부터 12년 동안 제비뽑기로 총회 임원을 선출했다. 돈 안 쓰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한 제도였지만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는 ‘클린(깨끗한)’ 총회를 지향하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함량 미달 후보가 난립하면서 정치 질서가 붕괴했다”는 교단 안팎의 지적이 컸다.

총회는 2013년부터 제비뽑기와 직선제를 합한 절충형 선거제를 도입하면서 직선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절충형 선거제는 후보가 3명일 경우 1차 제비뽑기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직선제로 최종 선출하는 방법이다.

‘블록체인’ 기술까지 도입

예장통합 총회(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2003년 우리나라 교단 총회 중 최초로 전자투표를 시행했다. 총회는 그사이 몇 차례 수기 투표로 임원을 선출한 일은 있지만 꾸준히 전자투표를 활용하고 있다.

진일보한 선거 방법도 도입됐다. 예장통합 산하 서울강남노회는 지난 4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개인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선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기존의 전자투표와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블록체인 투표는 개표까지 걸리는 시간이 5초에 불과했다. 암호화된 선거 전 과정을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기감 감독회장 선거에 쏠리는 눈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오는 9월 26일 전국 11개 투표소에서 수기투표로 감독회장과 연회 감독선거가 치러진다. 기감 선거권자는 2만여명으로 목사와 장로 동수로 구성된다.

투표소에서는 감독회장과 연회 감독을 뽑는 두 장의 기표 용지를 선거권자들에게 나눠준다. 오전 9시 시작하는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현장에서 개표하고 결과를 광화문 기감 본부에 차려진 선거본부로 보내 최종 집계한다. 감독회장과 연회 감독 당선인들은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기감 총회 때까지 당선인 신분으로 지내다 31일 취임예식을 거친 뒤 임기를 시작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