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가 늘어선 동네 길목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3분쯤 걸었을까. 건물들 사이로 예정교회(설동욱 목사) 간판과 십자가가 보였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다소 독특한 전시회가 펼쳐졌다.
코딩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비롯해 지점토로 만든 동물들과 수채화, 미니어처 장식들이 전시돼 있었다. 여러 작품들 앞에는 ‘어린이 작가’들이 직접 쓴 소감문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는데 이제는 ‘이게 맞네’가 됐다. 망한 것 같은 작품이 대박 난 작품으로 변신”,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막상 와서 하니 재밌었어요. 선생님이 예뻐요.”
토요일엔 교회가 ‘돌봄 교실’
작품과 소감문은 모두 교회가 운영하는 ‘토요 어린이 별빛학교’ 아이들이 만들고 썼다. 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토요 어린이 별빛 학교를 올해부터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원만 도는 다음세대에게 교회 안에서 교육과 문화와 예술 강좌를 선보이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심기 위해서다.
교회가 만든 모든 강좌에는 교인들의 손길이 닿는다. 청년을 비롯한 재능기부를 자원하는 성도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모두 전문 자격증이 있거나 관련 학과 출신들이다. 이들이 직접 태권도와 블록코딩(문자로 코드를 입력하지 않고도 블록을 조합하는 초보 코딩), 미니어처 만들기와 독서 토론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다산으로 이주
예정교회 교인은 주일예배 출석 기준 1100명 정도다. 그중 32%에 달하는 350여명이 교회학교 학생이다. 다음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사역을 펼친 결과다. 교회가 다음세대에 진심인 이유는 뭘까. 이는 교회 목회철학에서 엿볼 수 있다.
교회는 본래 1988년 서울 중랑구에서 개척교회로 시작했다. 점차 교세가 늘면서 1994년 단독 건물을 매입했고, 2003년에는 학교 건물을 매입·이주해 그 자리에서 15년 가까이 주민과 호흡했다.
설동욱 담임목사는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다산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종교부지를 살 것을 결심했다.
“한 지역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을 거예요. 다산신도시가 그날따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건물이 올라가는데 대부분이 아파트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입주할 거로 보였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종교부지를 보고는 ‘복음을 전하려면 저곳이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렇게 당회를 열고 이전을 결의했죠.”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설 목사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회고했다. 교회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복음을 전하겠단 일념 하나로 서울 중랑구에서 경기도 다산신도시로 이주했다. 예측은 들어맞았다. 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자 젊은 부부들의 등록이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자녀들의 수도 늘었다.
설 목사는 “아이에게 진심인 이유는 이들이 복음을 이을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있어야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고 복음이 끊기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부모에게도 전해진다는 게 특징”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다음세대 사역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교회, 아이의 추억이 되다
교회는 해마다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5월엔 남양주어린이미래재단(이사장 설동욱 목사)과 남양주시와 함께 제4회 남양주 어린이 축제 ‘꿈을 먹고 살지요’를 열었다. 현장을 방문한 인원만 2만5000여명을 웃돌았다. 대형바이킹을 비롯해 회전그네 범퍼카 같은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투호 던지기 같은 민속마당도 마련했다. 당연히 모든 행사는 무료였다.
설 목사는 “어린이날의 본래 취지는 어린이가 따뜻한 사랑 속에서 바르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돕는 날”이라면서 “하지만 요즘은 상업화로 인해 왜곡된 어린이날 문화가 적지 않은데 교회가 나서서 어린이날의 본래 의미를 전했다. 아이들이 긍지와 자신감을 느끼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추억을 위한 교회의 손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요 어린이 별빛 예배’란 특별 예배도 진행한다. 어른들의 성령 집회 시간과 동시에 진행되는 다음세대 예배다. 2부로 구성되는 예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진행된다. 1부에는 성경 말씀을 간단히 전하며 2부에는 놀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그룹 활동이 이어진다. 별빛 예배는 철야예배와 비슷한 시간에 끝나는데 목회자들이 아이들에게 일일이 축복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단순한 예배가 아니라 축복기도회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설 목사는 “아이들이 교회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교회는 계속해서 이 같은 사역을 펼쳐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남양주=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