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네가 천국에 있기에 아빤 이 땅에서 살 소망을 얻는다”

입력 2024-07-16 03:07
이상훈(왼쪽)씨가 2022년 7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FC 간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아들 이도현군과 사진을 찍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이군이 가장 좋아하는 손흥민의 소속 팀이다. 이상훈씨 제공

이 땅에서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맞이할 때, 그 죽음이 내 목숨보다 귀한 자녀일 때 우리는 하나님께 ‘왜?’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참척(慘慽)의 고통을 부여잡고 하나님의 섭리를 추측하며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이 순간은 성경이 증거하고 약속하는 천국 소망조차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분 앞에 서는 그날에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까지 우리가 이 땅에서 붙들어야 하는 것은 주님의 십자가 고통을 넘어선 하늘의 소망이 아닐까.

유튜브 더미션 채널의 기획 인터뷰 ‘그날’ 첫 번째 편에서는 2022년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이도현(당시 12세)군의 가정을 만났다.

이 사고는 이군의 친할머니가 강릉의 한 도로에서 KG모빌리티(K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연기를 내며 달리던 차량이 배수로에 빠져 함께 타고 있던 이군이 숨졌다.

최근 강릉의 자택에서 만난 이상훈(42)씨는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별이었다. 아직도 꿈만 같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현이 탄생의 기쁨을 안겨주셨던 하나님께서 다시 데려가시고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있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원망은 하나님께로 향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원망하면서도 결국 하나님께 나아올 수밖에 없는, 믿음 없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현이를 천국에 보냈다는 확실한 믿음과 소망이 없었다면 저도 모든 것을 다 포기했을 것 같아요.”

네가 태어난 기쁨의 ‘그날’

도현이는 2011년 3월 15일 태어났다. 결혼 1년여 만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아이는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사 초급 자격증을 땄다.

재능도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학교 대표로 마라톤 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고 반 친구들과 함께 밴드 팀을 구성해 드럼 연주자로 공연도 선보였다. 또 전교 부회장으로 선출돼 봉사활동을 하며 친구들에게 선행을 베풀었다. 이씨는 “도현이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며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이로 성장하는 중이었다”고 회상했다.

네가 떠난 슬픔의 ‘그날’

사고가 난 그날 새벽은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16강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팬이었던 도현이와 함께 이씨는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했다. 그것이 도현이와 함께 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날 오후 응급실에서 도현이를 마주했다. 크게 아픈 적도 없이 너무나 건강했던 아이의 손과 발은 그렇게 점점 온기를 잃어갔다. 이씨는 “자녀와의 이별을 마주하는 부모는 정말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낀다”며 “그 순간 ‘내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도현이를 하나님이 데려가신 건지, 그렇게 데려가실 거면 주지 마시지라는 원망만 하나님께 쏟아냈어요.”

도현이의 할머니도 다섯 군데를 수술받았다. 이씨는 “도현이가 그날 사고로 하나님 품으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머니가 회복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릴까 봐 차마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퇴원 일주일을 남겨두고 손자 소식을 듣게 된 할머니는 통곡했다. 지금까지도 “하나님은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지…”라며 큰 슬픔에 잠겨 있다고 했다.

다시 천국에서 만날 소망의 ‘그날’

이씨는 어머니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소송을 시작했다. 급발진 의심을 주장하며 제조사 KGM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도현이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15일 기준 9만126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대상으로 접수된 상태다.

이씨는 “급발진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제조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완전 자율주행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소비자가 자동차 결함과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현 제조물 책임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현이네 가족 휴대전화는 매일 오전 10시 4분에 카톡 알람이 울린다. 도현이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교회 공동체 중보기도방에 ‘천사 기도문’이 올랐다는 표시다. 이씨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천사방의 기도 덕분에 도현이를 잃은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도현이를 천국에 보냈다는 확실한 믿음과 그 소망이 있기 때문에 이 땅에서의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천국에서 다시 도현이를 만나는 그날 도현이를 꼭 끌어안고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랑스러웠던 내 아들 도현아. 육신의 아버지인 나보다 영혼의 아버지인 하나님께서 그곳에서 더 많이 너를 사랑해 주시고 품어주시며 꿈꾸게 하시리라 믿는다. 그날 그곳에서 만나면 사랑한다고 꼭 다시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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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박민정 PD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