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원희룡·나경원 후보는 14일에도 한동훈 후보의 ‘사천(私薦) 의혹’을 거듭 꺼내 흔들며 한 후보를 견제했다. 전당대회 비방전이 선을 넘었다는 안팎의 지적에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면서도 한 후보의 약한 고리로 거론되는 지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원 후보와 나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상향식 공천, 제가 꼭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과 같은 ‘밀실 공천, 듣보잡 공천, 사천’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원 후보가 말씀하신 상향식 공천 도입은 저 역시 2008년부터 주장해온 정치개혁 트레이드마크 공약”이라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불공정 공천은 사라질 것”이라며 호응했다.
나 후보는 또 ‘당대표 임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2년 임기 당대표를 1년 만에 내팽개치고 본인의 그 ‘꿈’만 쫓아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하다. 개인을 위해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이기적인 정치”라고 맹공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의 ‘당권·대권 분리 조항’ 때문에 한 후보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6개월 전인 내년 9월에는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나 후보는 지난 13일에도 “만에 하나 (내년 9월) 대표직 사퇴마저 거부한다면 한 후보는 그때부터 완벽하게 ‘한재명’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나 후보도 좀 더 꿈을 크게 갖길 바란다”고 받아쳤다.
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포함해 대권 주자들을 아우르는 보수의 용광로가 돼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돕고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후보들 간 단일화 논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 후보는 “단일화 의사는 없지만 결국 원 후보가 저를 지지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굳이 말씀드리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각자 본인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어차피 결선투표에 가면 결과에 의한 연대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일화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지만, 한 후보 저지를 위해 막판 극적인 연대 내지 단일화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