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주민 섬김’ 힘 보탠 대만 성도들 영적 야성 불붙었다

입력 2024-07-15 03:00
서울 삼일교회 성도들과 한 팀을 이룬 대만교회 성도들이 지난 12일 강원도 삼척의 한 주민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병산동의 한 예배당. 희끗한 머리에 연신 박수를 치는 어르신 관객들을 향해 반짝이 모자를 쓰고 나비넥타이를 맨 청년들이 안무에 맞춰 트로트 ‘찐이야’를 열창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청년들은 진실한 믿음을 주제로 한 연극 ‘떨어지지 않는 의자’ 공연을 펼친 뒤 기독교 복음의 진수 ‘사영리’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강원도 영동지역 교회 50여곳에서 14일까지 3박4일간 진행된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단기선교 현장 모습이다. 청·장년부 성도 1000여명은 나흘간 지역 교회와 함께 경로당 어르신 섬김, 여름성경학교 사역, 거리 전도와 심방 등 다양한 아웃리치(지역주민을 위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번 선교 여정이 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삼일교회 성도들과 함께한 104명의 대만교회 성도들 덕분이다. 이들은 ‘방한성회(訪韓聖會)’란 이름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9년 8회째 한국을 찾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장벽에 막혔다가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어떻게 대만과 한국 성도들이 한 팀을 이뤄 아웃리치에 나서게 됐을까.

현혜욱 대만 구산교회 선교사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일교회의 대만선교가 14년차를 맞았던 2008년이 시작점”이라며 “당시 헌신적인 한국교회에 대한 고마움과 궁금함으로 목회자들이 삼일교회 탐방을 온 것이 이듬해부터 성도들과 함께 찾아오는 것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일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공연팀이 강원도 강릉의 한 교회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트로트 공연을 펼치는 모습.

대한민국보다 20여년 일찍 복음의 씨가 뿌려졌음에도 여전히 복음화율이 7~8%대에 머무르는 대만교회 현실에서 방한성회는 성도들의 영적 야성을 일깨워주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올해 세 번째로 방한성회에 참여하는 양페이이(28·대림포교회)씨는 2012년 대만선교에 나섰던 삼일교회 성도와 거리 전도를 통해 만나면서 처음 신앙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어를 잘하는 교회 친구와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전도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키웠다”며 웃었다.

특히 올해는 대만교회가 ‘섬김을 받는 자’에서 ‘섬김을 전하는 자’로의 전환점으로 삼고 준비에 나섰다. 방한성회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절반 가까이 스스로 부담할 수 있도록 마련했고, 성회에 동참하는 16개 교회가 뜻을 모아 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현 선교사는 “삼일교회가 다음세대와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의미로 대만선교 30주년 예배를 드릴 때 1000만원을 헌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동지역 선교는 저녁집회와 새벽예배를 통해 영적 성장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미진(타이베이 삼일교회) 선교사는 “대만교회 강단에선 주로 선한 삶을 추구하거나 도덕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뤄 복음의 진수를 경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며 영성을 다지는 훈련이 아직 부족하다”며 “예배 때마다 강하게 도전을 받고 눈물 흘리는 성도를 볼 때마다 대만교회로 돌아가 펼쳐질 영적 부흥을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태근 목사는 “엔데믹 이후 두 번째이자 10회째가 될 내년 방한 성회 때는 대만 성도들이 선교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사모함을 갖고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강릉=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