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마이클 잭슨, 나탈리 포트만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빛나는 순간을 담아내며 찬사를 받던 카메라 렌즈가 돌연 ‘쓰레기’로 향했다. 은유적 표현의 쓰레기가 아니다. 일회용 숟가락, 플라스틱 빨래집게, 군데군데 뜯기고 찢긴 실내화 등 쉽게 쓰고 버려진 일상 속 폐기물이다.
카메라의 주인공은 ‘팝의 전설’ 폴 매카트니의 전속 포토그래퍼 김명중 작가다. 그의 렌즈가 포착한 피사체들이 ‘22세기 유물전’이란 이름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눈에 익은 쓰레기들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유물이 될 수 있었을까.
“어느 날 운동 삼아 뒷산에 올라갔다가 한 곳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버려진 콜라병 하나가 땅에 박힌 채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어렸을 적에 땅을 파면 백자 청자 같은 보물이 나왔는데 우리 후손들은 아무리 파 봐야 쓰레기만 나오겠구나. 그러고는 몸을 움직였죠. 쓰레기를 찾아다니며 유물처럼 찍기 시작했습니다.”(김 작가)
지난 12일 들른 서울 강북구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드림갤러리’에는 엷은 갈색 필터가 씌워진 느낌의 사진들이 마치 방금 땅 속에서 출토한 고대의 유물을 전시해 놓은 듯 걸려 있었다. 미디어아트로 구성된 작품에는 단번에 목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 국민 배우 김혜자의 음성이 설명으로 입혀져 있다. 진귀한 유물을 발굴해 소개하듯 녹음된 음성과 역설적인 내용이 ‘쓰레기 유물’의 본질을 뇌리에 새기기 충분했다.
김 작가는 201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사진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프로젝트를 펼쳐 왔다. 서울 을지로 일대 공업소 골목에서 일하는 장인들의 삶을 담은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2020),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뷰와 함께 사진 작업을 병행했던 ‘가족 이야기’(2021) 등도 그중 하나다. 이번 ‘22세기 유물전’은 생활 쓰레기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나섰다.
김 작가는 “분리수거장, 쓰레기 매립지, 지역별 고물상 등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시각적으로 각인될 만한 물건을 찾았다”며 “환경문제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거나 계몽적 차원으로 보지 않고 위트를 입힌 작품을 보면서도 그 안의 본질을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래에 남길 흔적 중에는 환경뿐 아니라 정신과 세계관도 있다. 김 작가는 크리스천으로서 미래세대에 마땅히 남겨줘야 할 가치관도 명확하게 짚었다. 그는 “우리의 편리함과 즐거움, 말초적인 즐거움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들이 너무 많이 훼손되고 있음을 크리스천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세상을 잘 지켜나가고 보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22세기 유물 전시회가 이를 바로 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진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