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 간 ‘네거티브 선거전’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를 놓고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며 거칠게 맞붙고 있다. 여권에서는 원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의 극한 갈등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한 후보는 이날 MBN이 주관한 2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가족의 ‘공천 개입’(사천) 의혹과 이념 성향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한 후보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실이 아니면 본인(원 후보)도 후보 사퇴와 정계 은퇴를 약속하라”라며 맞섰다. 이에 원 후보는 “저도 같이 (약속하겠다)”고 응수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제기한 사천 의혹과 관련해 “본인 입으로 저의 제일 가까운 가족, 처(아내)가 공천에 개입했다고 했는데 근거를 말해보라”라고 따졌다. 이어 “김의겸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녹음이라도 틀었다. 원 후보는 김 전 의원보다 더 못한 것 같다”며 “던져놓고 넘어가는 구태정치는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 전 의원을 거론하며 공세를 편 것이다.
원 후보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에서 한 전 위원장 가족을 포함한 측근들의 관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천이 자행됐다”며 “CBS에 같은 내용이 5월에 보도됐고 다른 근거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모 서기관, 강모 변호사, 몇몇 현재 비례의원들을 포함해 비례명단이 중단에 바뀌기도 했는데 그 기준과 절차에 대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며 “객관적 당무 감찰을 통해 다 밝히겠다”고 한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의) ‘뇌피셜’”이라며 “말씀하신 두 분과 제 처가 아는 사이이고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제가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념 논쟁’도 등장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친인척을 거론하며 “민청학련 사건 주동자인 이모부가 계시지 않느냐. 장인어른도 검찰 경력이 있지만, 민주당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진영 자체를 재편하기 위해 ‘아이돌’로 내세워진 게 아닌지, ‘강남좌파’인지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20년 동안 못 뵌 이모부 이야기를 한다”며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철 지난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원 후보는 또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왜 금융감독원장으로 추천했느냐”고 물었지만 한 후보는 “추천한 사실 없다. 저는 누가 추천했는지 안다”고 부인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저와는 무관한 이야기”라며 “(여론조성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과열된 선거전에 “현재 논란이 되는 마타도어성 사안들은 각종 억측을 재생산하는 등 소모적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시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 조치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된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