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명(친이재명)’ 깃발만 나부끼는 가운데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가 어떤 후보 지원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당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혁신회의가 누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혁신회의 측도 경선 과정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혁신회의는 지난 3일 열린 2차 상무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전당대회 대응 방침’을 10일 공지했다.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현재 13명인 후보가 8명으로 압축되면 혁신회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밀어줄’ 후보 2인을 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혁신회의는 22대 총선 이전만 해도 이재명 전 대표를 적극 엄호하며 상대 진영 공격에 앞장섰던 원외 인사 중심의 강성 친명 조직이었다. 그런데 4·10 총선에서 당선인 31명을 배출하고, 현역 의원도 추가 가입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로 올라섰다. 현재 현역 의원만 44명에 이르고, 원외 인사까지 총 회원수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당 요직에도 두루 포진해 있다. 혁신회의 1기 상임대표인 김우영 의원은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으며, 전략기획위원장(민형배), 조직사무부총장(황명선), 법률위원장(박균택)도 혁신회의 멤버들이 차지했다. ‘본체’라 할 수 있는 원외 조직은 이 전 대표 측근인 강위원 2기 상임대표가 이끈다.
혁신회의는 최근 당 지도부와 보조를 맞춰 ‘당원 권한 강화’에 힘을 실어왔다. 중앙위원 표 100% 반영으로 치러졌던 최고위원 예비경선도 이번엔 권리당원 표 50% 반영으로 바뀌었다.
대규모 여론 동원력을 가진 혁신회의의 ‘지침’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11일 통화에서 “어떤 후보를 밀어 달라는 권유는 그동안에도 암암리에 이뤄졌지만 공개적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현역 의원 후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한 의원실 관계자도 “후보 간 선거운동을 할 공간이 대동소이한데 혁신회의가 특정 후보를 밀면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혁신회의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후보 지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혁신회의가 민형배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강위원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광주시당위원장에 현역 양부남 의원이 출마하고, 민 의원이 “차기 시당위원장은 원내에서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 뒤 양상이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하던 정 구청장도 같은 지역구의 전현희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의사를 접었다고 한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13명(원내 8명·원외 5명) 중 혁신회의 소속은 7명이다. 현역 의원 가운데 전현희·민형배·이성윤 의원이 소속돼 있다. 원외 인사 중에서는 박완희 청주시의원, 최대호 안양시장, 김지호 부대변인, 박진환 혁신회의 상임위원이 출마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