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청암교회(이정현 목사)는 성도 대다수가 60대 이상이던 ‘실버교회’에서 젊은 세대가 모이며 활력이 넘치는 ‘그린교회’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재 교인 평균 나이는 47.5세. 이 교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1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이정현(49) 목사는 “2019년 부임할 때 교회는 고령화된 전통교회였다”며 “젊은이가 거의 없고 사실상 하향세로 들어선 시기에 교회 당회가 위기감을 느끼고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같다. 군산 드림교회 등에서 다음세대 사역을 했던 저는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이 교회를 어떻게 하면 젊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서에 집중 투자
2019년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 목사는 교회 허리인 30·40세대가 바라는 1순위가 ‘교회학교 교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회 동의를 얻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교육부 사역자를 ‘풀타임 전문 사역자’로 세운 것이었다. 사역자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해 교회학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어와나(AWANA)’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세대를 말씀으로 훈련하며 믿음의 용사로 키우는 데에도 정성을 들였다.
또 아이들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유아부·유치부·초등부가 예배드리는 공간은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아지트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도록 정글짐과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설치했으며 기구 아래에는 안전 매트를 깔았다.
유치부 예배실 벽면은 ‘아쿠아리움’ 콘셉트로 꾸몄다. 초등부가 예배드리는 곳에는 트램펄린이 있고 의자를 치우면 언제든지 공놀이 등 각종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고등부 예배실은 학생들이 예배 가운데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도록 조명에 신경을 썼다. 이처럼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서마다 특징을 살렸다.
2년 만에 부흥한 청년부의 기적
또 교회는 미래 주축이 될 청년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교회 인근에 숙명여대가 있는데도 대학생이 별로 없던 교회는 청년부 예산부터 대폭 늘렸다. 청년 예배를 주일 오후 1시 본당에서 변화도 시도했다. 설교도 이 목사가 직접 하며 청년들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교회에서 청년들이 주도적·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목사는 “청년들에게 봉사보다 은혜받는 데 힘쓰라고 독려했다”며 “청년에게 모든 자율권을 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청년들이 스스로 노숙인 사역이나 작은 교회 돌봄, 단기선교 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청년들이 교회에 오기 시작했고 교회 중심축이 청년으로 옮겨졌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10여명 수준이던 청년부가 불과 2년 만에 100명으로 늘어나는 부흥이 일어났다. 현재는 청년들이 전체 교인의 30%를 차지한다”며 “청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중직자를 세울 때도 청년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청년들에게 교회에서 연애하는 걸 적극적으로 권한다. 평소 설교를 통해 결혼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기도 한다. 최근 2~3년 사이 청년부에서 만난 10쌍이 결혼했고 현재 17커플이 교제하고 있다.
30·40세대 주일 모임도 뜨겁다. 3시간 동안 연령대별로 진행하는 소그룹 모임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7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갈렙 커뮤니티’도 만들어 어른세대가 소외되지 않고 영적 지원군 역할을 하도록 했다.
연령대별 사역이 따로 진행되지만 모든 세대를 통합하는 건 말씀과 예배다. 같은 성경 본문으로 새벽기도와 큐티, 분반 공부 등이 진행된다. 3대가 가정에서 말씀으로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목사는 “모든 세대를 아우른 ‘온 가족 새벽예배’와 ‘세대 통합예배’에서 교인들이 느끼는 영적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봉사보다 은혜받는 게 우선
이 목사는 교회 사역을 야구에 비유했다. 타자가 성도라면 투수판은 예배, 1·2·3루는 각각 교제와 양육, 봉사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 오자마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은혜를 받는 게 우선”이라며 “그래서 한 사람이 봉사의 짐을 과도하게 지지 않도록 ‘1인 1사역’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세대 탈바꿈에 성공한 교회는 ‘작은 교회 회복’이라는 비전이 있다. 이 목사는 “소그룹모임 목장에서 한 달에 한 번 작은 교회를 돕기 위한 헌금을 하고 있다”며 “작은 교회가 무너지면 결국 중형교회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하게 교회가 온전한 길로 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