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지에 세운 기독대학이 도약하려면 ‘교회화’에 대한 유혹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신론과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한 시대 속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교수진의 확보와 재정구조의 쇄신도 강조됐다.
교육선교 전문단체인 파우아교육협력재단(PAUA·이사장 손봉호)은 11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청소년수련관에서 ‘선교지 대학의 방향성’을 주제로 제11회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2018년 미주 대회 이후 6년 만에 개최되는 행사다.
2017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파우아교육협력재단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에 13개 대학과 9개 유·초·중·고교를 회원 학교로 두고 있다. 대부분 한국교회와 성도들, 선교사의 기도와 후원으로 설립·운영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간다 쿠미대학과 몽골 국제울란바토르대학, 인도네시아 기독종합대학 등이 대표적이며 교육선교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12일까지 열리는 콘퍼런스에서는 선교지 기독대학이 ‘복음 전파의 교두보’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양승훈 에스와티니 기독의대 총장은 “선교지 기독대학은 대학 캠퍼스 내 교회당 건물, 의무적인 채플, 기도회 등과 같은 경건활동을 통해 일반 대학의 정체성과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이 하늘의 평강을 누릴 수 있도록 기꺼이 봉사할 줄 아는 실력 있고 좋은 그리스도인 양성이 대학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선교지 기독대학의 발전을 위한 과제도 제시됐다. 우선 ‘교회화’의 유혹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수 탄자니아 아프리카 연합대학교 총장은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그리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나 교회가 아니라 대학”이라며 “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후원은 받되, 대학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는 교회화로의 일변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대학들이 ‘기독 인재의 산실’이 되려면 기독교 세계관에 충실한 구성원(교수·학생·교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관은 인간 활동의 근본적 기초이자 방향키가 되는 만큼 일관되고 통합적인 세계관, 즉 강력한 기독교적 삶의 체계가 구성원에게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론적 관점을 타파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선교지의 기독대학은 대부분 비기독교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갖고 선을 그으려 한다. 이에 김 총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주변과 사회, 세상을 변혁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미래 지도자들의 의식 구조를 성경적 관점에 따라 양육하고 형성하며 궁극적으로 그 나라를 변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장영백 파우아 사무총장은 “선교 지형의 변화에 따라 선교지 교육현장의 미래 및 방향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대회 이후에도 리더십 세미나 등을 통해 피드백 등을 나눠 총서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