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수년째 헛도는 광주 쓰레기소각장… ‘히든카드’ 나왔다

입력 2024-07-15 13:06
강기정 광주시장과 5곳 구청장이 지난 11일 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 시장과 구청장들은 2030년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쓰레기 소각장 공모 방식을 절충형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건립사업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자 회심의 ‘히든카드’를 꺼냈다.

5개 자치구와 함께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건립 후보지 선정의 문턱을 넘기로 했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수혜자 부담원칙을 반영한 현행법상 전국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시는 이를 위해 ‘선 자치구 신청, 후 시 추진’ 공모 방식을 전국 최초로 도입해 새 돌파구를 찾는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5개 자치구청장은 11일 오전 시청에서 민선 8기 출범 이후 첫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30년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쓰레기소각장 공모 방식을 ‘절충형’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1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날 제14차 회의에서 매월동, 장등동, 삼거동 등 3곳으로 압축된 후보지 중 1순위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고심 끝에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선정위는 그동안 제기된 부실한 주민동의 절차 의혹과 고도제한 논란, 지속하는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후보지 원점 재검토와 함께 곧 재공모 절차를 신속히 밟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선정위의 후보지 확정 직후 전략 영향평가와 환경부 승인을 거쳐 내년 기본·실시설계를 하는 등 건립 절차에 본격 착수하려던 시의 건립사업에 예상하지 못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시는 하루 만에 이례적 승부수를 던졌다. 2021년 10월 5개 자치구로부터 광역 단위 쓰레기매립장 건립 요청을 받은 이후 거듭된 공모에도 후보지를 가릴 수 없게 되자 ‘광주 공동체’ 정신에 호소하기로 했다.

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문기관 평가 결과 사업추진 가능 후보지가 한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제한 뒤 “주민동의 절차 과정에서 사회복지법인시설을 1세대로 적용한 것에 대한 사회적 쟁점화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선정위가 재공모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개인, 법인, 단체 등에 국한하던 후보지 신청 방식을 5개 자치구가 주도적으로 신청 받고 입지분석과 주민 의견수렴 등을 자체 진행하면서 시와 공동으로 매립장 건립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폐기물 소각 책임은 당연히 자치구에 있지만, 지리적·재정적·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광역화 추진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5개 자치구가 적정 후보지를 최소 1곳 이상 선정해 시에 신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건립 후보지 확정이 장기간 난항을 겪자 시와 5개 자치구가 ‘광역 쓰레기매립장’ 건립에 마지막까지 연대하기로 뭉친 것이다.

광주시는 2016년 상무소각장이 폐쇄된 이후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소각시설이 없는 곳이다. 대표적 혐오시설로 꼽히는 쓰레기 소각장을 달가워할 주민이 없는 탓에 민선 구청장 등이 직·간접적으로 유치를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둑한 인센티브가 걸린 데다 신청 주체가 아닌 덕분인지 쓰레기 소각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자치구들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막상 부지 확정단계에 이르러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시청 앞 등 곳곳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강하게 반발하자 미온적 태도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시와 5개 자치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에 시와 5개 자치구가 흔쾌히 뜻을 모았다. 시장과 5개 구청장 합동 기자회견이 처음 열린 배경이다.

늦어도 2029년 말까지 문을 열어야 할 소각장 건립에는 3240억원이 투입된다. 자연녹지 기준 6만6000㎡ 부지에 1일 종량제 폐기물·음식물·재활용 잔재물·대형 폐기물 등 650t 처리용량을 갖춘 소각시설을 갖춘다.

이를 위해 시가 지금까지 전담해온 소각장 건립 방안은 매우 구체적이다. 첨단 공법을 통해 친환경적 쓰레기 소각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설 건립에 따른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 속에 지속 가능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소각장을 명품 공원화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쓰레기 소각시설을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처럼 모두 지하화하게 된다.

대신 지상에는 레저·문화·체육·복지 시설을 골고루 구축해 지역을 상징하는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소각장을 유치하는 자치구에는 최소 1000억~1100억원대의 재정적 지원사업을 펼친다. 600억원 규모의 편의시설 설치와 함께 주민숙원사업 300억원, 자치구 교부금 200억원 등 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따로 떼어 준다.

다양한 재정적·행정적 혜택과 더불어 소각장 운영 이후에는 생활 쓰레기 반입 수수료 20%(매년 10억 원 이상 예상)를 해당 자치구 주민지원기금으로 조성해 활용하게 된다.

시는 다가오는 쓰레기 대란을 막고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5개 자치구와 합심한 노력이 값진 결실을 맺도록 앞으로 모든 심의 과정을 시민들에게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쓰레기 소각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 현안”이라며 “5개 자치구와 적극 협력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친환경적인 광주형 쓰레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