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대 기관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기관사가 탄생했다. ‘미스기관사’라는 별칭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강하영(28·여) 대리가 주인공이다. 강 대리는 2020년 기관사로 코레일에 취업했다. 이후 사내 크리에이터 공모전에 발탁돼 지난해 12월 출범한 홍보문화실 소속 B급행팀으로 발령났다. 대중들에게 그의 미스기관사를 각인시키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30일 업로드한 ‘KTX 청룡 세계로 가!’ 쇼츠 영상이다. 신형 열차인 KTX-청룡을 홍보하는 영상에서 강 대리는 막춤을 추며 유튜브 조회수 301만건(10일 현재)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내놓는 영상마다 조회수 수십만 건은 가뿐히 넘겼다. 딱딱한 공공 기관 홍보 영상이라는 한계를 ‘B급 감성’으로 돌파한 점이 주효했다. 공공 부문 B급 감성 홍보 영상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과 견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상 ‘지상 최악의 공무원’도 조회수가 231만건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에서 주로 ‘망가지는’ 역할은 강 대리가 맡아 강 대리의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영상 흥행 비결은 ‘팀 워크’다. 지난 10일 철도공사 서울본부 1층 카페에서 만난 코레일 홍보문화실 소속 ‘B급행’ 팀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영화를 전공한 김선엽(34) 대리, 12만명의 구독자를 둔 철도 전문 유튜버 ‘공작소’(예명)까지 3명이 뭉치면서 영상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김 대리는 “강 대리와 하나씩 찍어가면서 (연기)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리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날 인터뷰 내내 얌전한 모습을 보였던 강 대리는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다른 사람이 된 듯 돌변했다.
이들은 단순히 재밌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작소는 “열차가 운행하는데 승객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홍보 역시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봐야 효과가 생긴다”고 평가했다. 향후 목표는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까지 붙잡을 수 있는 홍보 영상을 만드는 일이다. 이미 외국 관광객들과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 영상 등 2편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안내 영상도 제작했다.
-미스기관사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을 거 같다.
강 대리 “사실 사복을 입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시는데, 제복을 입고 있으면 좀 많이 알아봐 주신다. 최근에는 어린이 친구들이 알아봐준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서인 거 같다. 아이들이 사인해달라고 하는데 사인이 없어서 그냥 ‘미스기관사’ 이렇게 써주고는 한다.”
-공공 영역에선 B급 감성 홍보가 극히 드물다. 참고한 사례가 있나.
공작소 “충주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제가 원래 제작해오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3명이서 어떻게 만들어볼까 얘기를 많이 한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려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새로운 거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영상을 만들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공작소 “(영상을) 안 보면 의미가 없다. 비유하자면 열차가 운행하는데 승객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홍보 역시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봐야 효과가 생긴다.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쉽게 접근하기 위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니까 성과가 나왔다. 사실 개인으로 할 때는 못 만들던 영상을 다른 분들과 함께 하니까 만들 수 있게 된 것들도 많다. KTX 청룡 홍보 영상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인데 함께 해서 가능해졌다.”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과 같이 한 영상도 화제가 됐는데.
강 대리 “제가 좀 더 망가질 수 있게 해준 분이다. 저도 망가지는 걸 그리 두려워하지는 않는데, 이 정도 망가지신 분이 계시니까 저도 더 망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유명세를 타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을 거 같다.
강 대리 “좋은 점은 성과가 확실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철도공사 직원분들도 공식채널인 ‘한국철도TV'를 많이 봐주시고 알아봐주시는 부분이다. 단점은 직원분들이 저와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물쭈물하시는 경우가 있다. 저도 그 때 똑같은 심정이어서 고민이 된다.”
공작소 “혼자 (유튜버 활동을) 할 때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점을 느낀다. 역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구나 싶다.”
-영문판 영상도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작소 “이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도 추진을 하고 있다. 최근 영상을 보면 서울역에서 외국인 이용객들을 섭외해 같이 (댄스) 챌린지를 한 것들도 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같이 나오는 영상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아직 출시는 안 됐는데 통신사와 협업해서 수도권 전철과 스마트폰 등 통신을 3일권 5일권 이런 형태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패스’가 출시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 패스를 사면 공항철도부터 수도권 전체 열차를 탈 수 있는데 그 대상이 외국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패스 사용법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영상을 7~8월 중에 만들 계획이다.”
-B급행팀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강 대리 “정말 제 자식한테도 보여줄 수 있는 영상, 무겁지 않게 가볍고 즐겁고 재미있지만 각인이 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그런 영상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