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강타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후보) 기류는 변함 없는 분위기다. 당권주자들 간 공방 속 진행된 첫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는 당대표 적합도 45%를 기록했다. 2위인 원희룡 후보보다 34% 포인트 앞선 수치다. 다만 당대표 선거에서 80% 비율을 차지하는 ‘당심’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10일 부산에서 열린 2차 합동연설회에서도 김 여사 문자 무시,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3명 중 여당 지지층과 무당층이라고 응답한 107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후보가 45%를 얻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원 후보(11%), 나경원 후보(8%), 윤상현 후보(1%)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따로 분석했을 때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 후보는 적합도 61%를 기록했다. 원 후보 14%, 나 후보 9%, 윤 후보 1%였다. 나머지 세 후보를 모두 합해도 한 후보 적합도의 절반에 못 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여론조사 결과는 20%만 반영된다. 나머지 80%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적용된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권 합동연설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 후보는 “투표 집단과 관계없는 여론조사엔 관심 없다”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승리 기반을 만들라는 민심 같다”고 평가했다.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과 비례대표 사천 의혹을 두고 공세를 폈다. 원 후보는 “(김 여사의 사과가 없던 것이) 총선 패배의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이고 승부처였다”며 “총선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사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5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후보는 답신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저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내밀한 문자를 계속 유출하는 건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주변인들과 논의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했다. 전날 TV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재소환한 것이다. 이에 한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서워서 네거티브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신나게 마타도어를 하신다”고 직격했다. 또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다. 기회를 드릴 때 진솔하게 사과하라”고 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대통령 의사’까지 언급했는데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총선백서를 발간하는 게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에 “7월 23일 전당대회 이후 백서를 발간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2대 총선 패인을 규명하는 백서는 한 후보의 책임론을 부각할 수 있어 발간 시점을 놓고 이견이 불거졌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정견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백서는 처음부터 중립성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부산=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