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마니아들 사이에 ‘꿈의 차’로 불리는 포르쉐 ‘911’(사진)은 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1963년 독일국제모터쇼를 통해 데뷔해 60년간 8세대에 걸쳐 변화를 거듭했고, 전 세계 1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 3일~5일 3일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포르쉐 신형 911 글로벌 행사가 열렸다. 신형 911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도로와 트랙 등에서 포르쉐 911 카레라 GTS를 탔다.
처음 마주한 신형 포르쉐의 외관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911의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차량이 더욱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미세한 변화를 줬다. 모든 조명 기능을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에 통합됐고, 주행등이 사라지면서 냉각을 돕는 흡기구는 커졌다. 내부는 911 최초로 완전히 디저털화된 계기판이 눈에 들어왔다. 엔진스타트 장치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키처럼 돌리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렸다.
주행 성능은 탁월했다. 포르쉐 911 카레라 GTS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자 차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급커브가 이어지는 와인딩 구간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쏠림 현상이 거의 없었다. 세단 등보다 짧은 반경으로 신속하게 돌아나올 수 있는 느낌이었다.
차량의 진가는 트랙 주행에서 발휘됐다. 전문 운전 경력이 있는 인스트럭터(강사)가 운전하는 차 옆 좌석에도 탔는데, 911은 전혀 다른 차가 됐다. 직선 주로에선 순식간에 가속해 시속 200㎞로 달렸고, 코너링 구간에선 드리프트 등도 가능했다. 페르난도 멘데스 인스트럭터는 “주행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며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신형 911은 T-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주행 성능이 향상됐다. 통합 전기모터가 즉시 공기를 더 넣어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과급기)의 속도를 끌어올려 힘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새롭게 개발된 3.6리터 박서 엔진이 탑재되면서 총 시스템 출력이 기존 모델 대비 61마력 증가한 541마력, 62.2 ㎏·m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신형 911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초로 기존 3.4초보다 0.4초 줄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2㎞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유럽기준(WLTP) 1㎞ 당 약 8g 정도 줄었다.
앞으로도 911의 발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패트릭 깁하트 포르쉐 911 라인 세일즈 및 마케팅 매니저는 “911은 6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911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어떤 차량과 기술을 선보일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말라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