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만 있으면 홍보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경제단체, 중공업, 전자 기업 등 ‘B급 감성’ 홍보와는 거리를 두던 곳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재미를 탑재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에 더해 채용 시장에서 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B급 감성 콘텐츠는 세련미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두고 유치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의미한다. 4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 ‘홍보맨 슬릭백’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충주시청 유튜브 운영 전문관인 ‘충주맨’이 슬릭백(미끄러지듯 추는 춤)을 추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뚜껑이 열린 맨홀을 보여주는 영상은 전 국민에게 충주시 상수도 공사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4월 충주맨으로 활동하는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을 특강에 초청했다. 충주맨은 코트라 유튜브 영상을 본 뒤 ‘영상의 길이가 길다’, ‘정보량이 많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는 피드백을 반영해 멕시코 대표 음식 ‘타코’ 먹방 콘텐츠를 만들어 멕시코 현지 문화와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해외 주재원이 가져오는 무역·출장 정보를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이런 유튜브 전략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충주맨처럼 하라고 시켰다”는 소개를 걸고 나온 ‘MZ전자’ 채널은 최정현 LG전자 선임이 만든 비공식 홍보 채널이다. 구독자 1명당 1000원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구독자가 1만명 이상 증가했다. 최 선임이 졸지에 1000만원 이상을 기부할 상황에 처하자 LG전자는 “기부 액수가 정해지면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경제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썸’타는 사이로 유쾌하게 표현한 영상을 만들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밈을 활용한 쇼츠 제작에 나섰다.
적극적으로 회사 이름을 알리고자 할 때도 B급 감성 콘텐츠들은 가성비 좋은 수단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사명 변경 이후 새로 만든 디벨론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돌고래유괴단과 협업해 페이크 다큐 영상을 제작했다. 굴착기가 마치 농촌에 있는 소처럼 재롱과 말썽을 피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화제를 모으며 8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모기업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들에게 기업 이름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과감한 시도 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