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올해 하반기 가전 수요가 덩달아 늘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를 맞은 에어컨 판매는 이사 수요와 맞물려 가정용 시스템 에어컨을 중심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TV 판매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5182건으로 2021년 5월(509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계약일 기준으로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연속 4000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000건 안팎이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 역시 5월 1만1703건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2021년 10월(1만513건) 이후 가장 많았다.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 가전 수요는 통상 비례 곡선을 그린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가전제품 판매액은 지난 5월 2조861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치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전제품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돼 있다.
에어컨 판매량은 이미 크게 증가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휘센 스탠드 에어컨 6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가정용 시스템 에어컨은 5월 한 달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도 15% 이상 증가했다. 시스템 에어컨은 이사하면 새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이사 수요와 맞물려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 시장도 주택 거래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주택 거래량 전망을 고려했을 때 올해 하반기부터 가전 수요 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 빌트인 가전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이후 가전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진 않은 만큼 수요 정상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TV 판매도 북미,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TV 패널 시장이 유럽 수요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프리미엄 OLED TV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올해 유럽 TV 출하량을 지난해 대비 3% 증가한 약 4130만대로 추정했다. 프리미엄 OLED TV 시장을 주도하는 LG전자는 선진 시장 위주로 OLED TV 판매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올해 판매한 75형(189㎝) 이상의 초대형 프리미엄 AI TV 신제품의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전작 대비 판매량이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