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으면 이 교회 사역일 가능성이 높다. CCM(현대기독교음악)을 틀지 않는 카페, 십자가 없는 갤러리, 흡연실을 교회 내 마련한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이야기다. 최근엔 비기독교인과도 관심사로 뭉치는 신앙공동체 ‘소모임’과 교회 안팎의 소외 이웃에게 맞춤형 복지 정보를 제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는 ‘만나복지코디’ 사역도 본격 출범했다.
남들에겐 ‘튀는 사역’이라도 하나님 눈엔 ‘띄는 교회’를 추구한다는 만나교회의 사역 배경을 상세히 밝힌 책이 나왔다. 담임 김병삼(60) 목사가 올해 1월부터 13주간 설교한 내용을 엮은 ‘하나님의 마음 알기’(규장)다. 그간 여러 저작을 펴낸 그이건만 유독 이번 신간을 ‘36년 사역에서 분기점을 이루는 책’으로 꼽았다. 그 이유를 듣고자 지난 8일 교회를 찾았다.
이번 책은 김 목사가 지난해 출간한 ‘다시, 교회’(두란노)와 연관이 깊다. 전작이 교회론을 다룬다면 이번 책은 사역론에 집중했다. 그는 “그간 목회하면서 여러 시도를 하고 많은 책을 썼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에 귀결되더라”며 “하나님의 마음에 방향을 맞춘 교회론과 사역론이 잘 세워진 교회는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역 추진 직전 마음에 한 가지 질문을 항상 떠올린다고 했다. ‘이 일이 내 마음이나 교회가 아닌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맞는가.’ 예수님처럼 모든 사역 기준점을 사람이 아닌 하나님에게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역에 관한 하나님과 인간의 관점 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마가복음 14장에 등장하는 ‘향유 옥합 사례’다.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붓자 일각에선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줄 수 있었다”고 지적하지만 예수님은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했다”고 말한다. 미국 데이비드 플랫 목사의 저서 ‘래디컬 투게더’에 언급된 이 문장도 김 목사에게 울림을 줬다. ‘요즘 교회는 좋은 일을 하면서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모든 교회가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 다만 그게 누구에게 좋은 건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그는 “목회자가 아니라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중대사에 앞서 이 질문을 꼭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이 절대자인 하나님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김 목사가 제시하는 왕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은 성경 속에 있으며 이를 파악하는 것은 묵상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건 듣는 태도다. 내 생각이 아닌 성경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말씀을 묵상할 때 성경 속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인터뷰 내내 ‘건강한 사역론’을 강조한 김 목사는 책이 후대 목회자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그는 “고(故) 옥한흠 목사는 늘 젊은 교역자에게 교회론을 강조했다. 당대 목회자에게 건강한 사역 방향을 알려준 셈”이라며 “다음 시대를 이끌 후배 목회자에게 당부할 수 있다면 나는 꼭 ‘하나님의 마음 알기’를 기초로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전과 달리 30·40 목회자들이 한국교회 전면에 나서기 힘든 현실에 안타까움도 표했다. 김 목사는 이들에게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조급해 말고 성실하게 목회하면 분명히 하나님이 쓰신다는 걸 믿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간 한국교회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온 목회자가 점차 은퇴를 맞고 있다”며 “그만큼 건강한 목회로 한국교회 생태계와 세상을 밝히는 후배 목회자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올해 안식년을 맞았지만 그의 일정은 여전히 빼곡하다. 김 목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안식년을 보내자’는 생각에 설교 사역과 아픈 성도 심방만 하는 데도 전보다 일이 더 늘었다”며 웃었다. 최근 교회는 서너 달 만에 교회 출석 인원이 3000여명 늘었다. 그는 “부흥이 일어나니 욕심이 생기지만 교인 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마음을 지키는 것도 훈련”이라며 “목회는 끝까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성남=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