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장으로서 그동안 추진한 정책 가운데 가장 보람있게 생각하는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해 신종 인플루엔자 팬데믹을 조속히 해결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 자체 생산국 반열에 올랐고 이른바 ‘바이오 주권’을 확립했다.
앞서 2009년 3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이는 A형 인플루엔자 변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 두통을 비롯해 발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나타났다. 홍콩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범유행 팬데믹 전염병으로 선언한 감염성 질병이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코로나 팬데믹 때와 같이 학교와 식당 등이 문을 닫았고 교통수단이 통제돼 사회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 76만명이 감염됐고 2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대비 감염자 수로는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긴급한 사태 가운데 식약청은 WHO 방침에 맞춰 녹십자(전남 화순) 백신 생산 공장 설계부터 완공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도 감독해 백신을 신속히 생산했다.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백신 허가 기간을 단축했고 국민들은 빠르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백신을 접종한 뒤에는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지속했다.
그래서일까. 역대 식약청장 가운데 신약 개발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시장성이 있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신약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은 돈보다도 신약 개발 지원제도와 정책적인 부문이 많았다. 그래서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조직을 새로 꾸렸다. 조직 개편을 통해 ‘의약품심사부’를 설치하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하부 조직으로 ‘신약 연구팀’과 ‘제품화 지원센터’ 등을 신설했다. 이 조직들을 통해 식약청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최종 허가까지 모든 과정에서 ‘컨설팅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이 불모지일 때 바이오시밀러 ‘인허가 규정’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먼저 만들었고 신속한 임상심사 허가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공장을 짓고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생산을 시작해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며 지원했다. 전 세계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기업이 되는데 초석이 되고 출발점이 된 것이 커다란 성과이며 보람이다.
또한 식약청에 화장품과를 신설했고 화장품 산업을 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했다. 기능성화장품(피부의 미백과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고 지원했다.
학자 출신으로서 튼튼한 이론적 바탕 위에 원칙과 소신을 지켜가며 정확한 업무 추진력으로 식약청 업무를 수행했다. 남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기도하고 그날 업무를 파악하고 시작했다. 순간순간 주님께 기도하며 지혜를 구했고 주어진 식약청장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