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 언약감리교회(이상철 목사)는 도심 속에 세워진 아담한 교회다. 건축면적 1704㎡(517평)로 지난 1월 입당했다. 이번 교회건축 기행은 작은 교회의 건축 모델을 소개하고자 성도 100여명 안팎의 작은 교회를 찾았다. 성도 100여명이면 교회 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규모다. 수소문 끝에 연결된 곳이 언약감리교회다.
언약감리교회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안양시 호계동 융창아파트주변지구에 있다. 사업 전 이 지구의 가운데에 있던 교회는 1대1 대토 보상을 받아 아파트 3단지 호계중학교 옆에 건축됐다.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지우종합건설(대표 한상업)이 시공했다.
작은교회 공간의 효율성 극대화
교회는 경사 대지 위에 있다. 가장 낮은 대지를 지하 1층으로 상정했고 이곳에 16대 주차시설을 만들었다. 지하를 파서 만든 주차장이 아니므로 비용을 크게 아꼈다. 같은 층 실내엔 기도실과 식당을 뒀으며 1층엔 사무 공간과 세미나실, 2층엔 200석 규모의 본당을 배치했다. 지하 2층엔 도서관과 놀이시설을 뒀고 3층엔 목회자 사택을 만들었다. 큰 교회에 비해 공간은 제한적이지만 확정 공간과 불확정 공간을 구분하고 각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교회를 설계한 정시춘 정주건축 대표는 지난 6일 목양실에서 설계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회의 중요한 기능인 예배 행정 친교 교육 등이 효과적으로 잘 이뤄지면서 어떻게 하면 상호 침범하지 않게 하느냐가 나름의 과제였어요. 여기에 사택까지 고려해야 했지요. 그래서 기능별 공간을 구분하고 층별로 배치했어요. 어느 층은 넓고 어느 층은 좁은데 여기에 테라스와 발코니를 추가해 건물의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정 대표는 원로 교회건축가다. 서울대와 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1974년 정주건축을 설립해 지금까지 교회를 설계했다.
이상철 목사는 형태와 관련해 두 가지를 요구했다. 진부한 교회 모습 같지 않고 주변과 조화로운 건물을 설계해달라고 했다. 실제 교회는 동네의 작은 도서관 또는 행정기관 같았다. 교회 옆의 아파트 단지 놀이 시설과 함께 보면 펜션 같았다. 또 하늘에서 드론으로 본 모습은 크기가 다른 정사각형 블록이 엇갈려 쌓여있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줬다. 정 대표는 “각각 다르게 디자인한 블록들을 밀고 빼고 하면서 일관성 있는 하나의 통일된 디자인을 구현했다”면서 “건물이 하나의 큰 볼륨이 아닌 여러 개의 작은 볼륨으로 구성돼 친근감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본당 좌석 ‘ㄷ’ 형태로 공동체성 강화
실내는 공간의 다목적화를 추구했다. 대표적인 곳이 식당이다. 식사도 하고 쉬기도 하고 소그룹 모임도 할 수 있다. 소그룹을 위해 모양과 색이 다른 테이블을 배치했다. 인원수에 따라 테이블을 선택해 모일 수 있다. 이런 작은 차이가 공간을 특정 목적이 아닌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또 식당 가운데에 있는 기둥은 하나의 공간을 여러 공간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1, 2층 복도 공간도 불확정 공간으로 만들었다. 칸막이가 없어 넓게 사용하면서도 가구와 바닥의 문양을 통해 한쪽은 교제 공간으로, 한쪽은 이동공간으로 구분 지였다.
본당은 특이했다. 설교 단상을 중심으로 좌석을 일렬이 아닌 디귿 형태로 배치했다. 설교자와 회중이 최대한 가까워지도록 한 것이다. 이 목사는 “디귿 형태가 공동체적 예배 공간으로 딱 맞다”면서 “성도들이 마주 보면서 많은 교감을 갖고 이를 통해 공동체성이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영적 교류도 역동적으로 일어난다. 한쪽에서 감동하면 다른 쪽에서도 그걸 느끼고 반응한다”며 “이를 통해 성도들은 하나님을 더 갈망하고 깊이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1999년 이 교회를 개척하면서 400석의 구 예배당을 건축했다. 어떻게 개척하면서 건축을 할 수 있었을까. 이와 관련된 내용이 동판으로 제작돼 1층 로비에 세워져 있다. 이 목사는 갈보리선교교회 부목사로 있을 당시 개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를 안 장인 박수환 장로(현 안양감리교회 원로)는 본인이 태어난 종갓집 터를 봉헌했다. 그의 부모가 늦게나마 예수 믿고 천국 가신 것에 감사해 결정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장인어른의 헌신 된 마음을 최대한 구현하겠다는 생각으로 건축에 임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기도하는 중에 ‘이곳을 하나님의 동산이 되게 하겠다’는 내적 음성도 들었다”고 간증했다.
안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