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국회 재의결을 예고했다. 다만 재의결 진행 시점을 놓고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야6당 거부권 행사 긴급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범죄 은폐에만 목을 맨다면 혹독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을 심판했던 검사 윤석열의 잣대대로라면 어떤 파국을 맞게 될지 대통령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직무대행은 또 “민주당은 모든 야당과 힘을 모아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불의한 권력이 아니라 분노한 민심을 따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애초 채상병 사망 1주기인 오는 19일 이전에 재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재의결에 필요한 여당의 이탈표 ‘8표’ 확보가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4일 본회의 표결 때도 국민의힘 측 찬성표는 안철수 의원이 유일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고, 저희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특검법을 통과시켜 진상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며 “처리 시기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의결 시점으로는 우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가 거론된다. 한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분이 격화될수록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21대 국회에서 결국 여야가 합의 처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개혁신당 등이 제시한 ‘제3자 특검’ 방식을 받아들여 여당의 합의도 이끌어낸다면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재차 부결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속히 재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국민의힘 이탈표를 기다리기보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재의결은 언제든 부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여론전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당장 10일 범야권·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3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거부권 규탄 범국민대회를 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