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상명령이라고 불리는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9~20)의 말씀은 ‘가서 제자 삼으라’는 선교 명령과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교육 명령의 복합형이다. 유대교 전통에서 랍비의 존재가 그렇듯 교회와 학교는 성경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목자이시자 스승이시다.
인도계 미국인 교육철학자 비샤 망갈와디 박사는 2020년 ‘제3의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홈 스쿨을 매개로 교회와 대학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승법 번식형 플랫폼 대학의 모델을 제시함으로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인도철학을 전공한 라브리 멤버로 프랜시스 쉐퍼 박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 모델은 마이크로 대학을 제3세계에 확산하는 모델로 규모 있는 교회를 캠퍼스로, 사랑이 많은 사역자와 평신도 리더들을 교직원으로 활용하는 초저비용 대학이다. 그는 현대 대학의 맹점을 영성과 인성의 결핍으로 보고 사랑이 많은 성도들이 학생들을 섬기는 멘토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했다. 오랜 동역자 망갈와디 박사는 디지털 혁명이 주도하는 초연결사회에서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영성과 인성이며 이는 그리스도인이 가진 강력한 무기이자 섬김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꿈의학교(International Dream School·IDS)를 위해 헌신한 60명의 국내외 멘토 중 한 분인 캐럴 림 하버드 의대(정신의학) 교수는 이번 미국 IDS 연수에 와서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는 금년도 하버드 의대 졸업생이 선정한 최고의 교수로 뽑힌 바 있다. 그는 “항상 대하는 하버드 의대생의 지친 눈빛과 생기 없는 얼굴과 달리 IDS 학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과 충만하고 생동감 있는 얼굴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순간순간 찬송하고 예배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 같이 성장하고 공부하는 분위기에 압도된다”고 했다. 미국 대학은 대부분 하나님이 없어졌고 커리큘럼에서 영성과 인성의 흔적이 사라졌다. 이미 미국 크리스천 가정에서는 세속화의 중심이 되어 버린 아이비리그 대학을 진학 목표에서 배제한 지 오래다.
IDS를 시작하면서 우리 공동체 기획팀은 현존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미네르바 스쿨을 능가하는 교육 철학과 일대일 맞춤 양육 시스템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미네르바는 비판적 지성과 창조적 사고를 통해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혁신적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지성을 사용하는 습관과 창업 개념이라는 매우 독특한 커리큘럼을 개발해 모든 학생을 복잡성(complexity)을 특성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적 리더들을 키워내고 있다. 하지만 미네르바 커리큘럼의 치명적 결함은 영성과 인성의 부재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 교육계를 뒤흔들었던 다중지능 이론 창시자인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박사에 의해 현재 학교 교육은 수리논리지능(수학 과학)과 언어지능(국어 영어)만을 중시하는 반쪽 교육임이 여지없이 폭로됐다. 이는 현대 교육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능인 실존지능(영성)과 자기성찰 지능, 대인관계지능(인성)이 배제된 지극히 실용적인 교육철학에만 근거한 것임을 보여줬다. 이는 현재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 신입생 선발 기준이 얼마나 교육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영성지능이 다른 모든 지능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양분이 된다는 많은 연구 결과는 엄청난 영적 자산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교육 1.0’은 주입식 교육에 의한 타율적 훈련(training)이 그 특성이라면 ‘교육 2.0’은 자기 주도적 학습시스템(learning)이 특성이라 하겠다. 디지털 세대를 주축으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육 3.0’이 태동했는데 이는 영감(inspiring)에 의한 인격적 변화가 주축이 되고 이는 성경적 영성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개척자적 실행(pioneering)을 요구하는 ‘교육 4.0’은 절대 신뢰와 절대 순종을 중시하는 성경적 인성과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배경에서 ‘뛰어난 인성과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을 양육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학교를 시작한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교육 변혁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왔다고 감히 단언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이클 슐러터 박사는 남아공 인종 분쟁과 르완다 내전을 종식시킨 최고의 분쟁 조정 전문가이자 주님을 사랑하는 평화의 사도이다. 그는 ‘관계적 사고’라는 개념을 유럽과 전 세계에 확산시켰고 ‘R 요인(factor)’이라는 성경적 관계 사고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학자이다. 이는 영성과 인성을 결합한 ‘관계지수’라고 할 수 있는데 기독교적 용어를 배제한 강력한 성경적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영혼 구원운동과 더불어 다음세대가 미래의 주역이 아닌, 현재의 주역으로 쓰임 받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성도 중에 무수한 제2의 슐러터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