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윤여표 (7) 식약청 창설 이래 최대위기… “좀 도와달라” 눈물로 호소

입력 2024-07-11 03:04
윤여표(맨 앞) 당시 식약청장이 2009년 발생한 ‘석면 탈크 사태’와 관련해 이회창 전 의원 등에 브리핑하고 있다. 윤 전 청장 제공

그러나 ‘멜라민 사태’가 끝은 아니었다.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던 2009년 4월 ‘석면 탈크 사태’가 발생했다. 아기 파우더와 화장품, 의약품 등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탈크에서 비롯된 석면이 나온 사건이었다. 유아용품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으니 당시 언론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창설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잇따른 식품·의약품 사고로 위기관리능력 부재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나는 당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 자리에서 “멜라민 식품도 그렇고 올해 의약품도 그렇고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밤새 일하고 있지만 식약청이 해야 할 업무의 범위가 넓어 힘들다. 나무라지만 말고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이 언론에서는 화제가 됐는데 솔직히 말한다면 그렇게 조명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눈물의 진정성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직원들에게서 수많은 격려 문자와 연락을 받았다. 기관장이 나가서 눈물까지 흘리니 마음이 아팠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식약청에 대한 인식 전환의 ‘터닝 포인트’이자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식약청 업무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 식품을 비롯해 의약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하나하나가 다 관심의 대상이고 국민 기대 수준도 매우 높다. 하지만 당시 식약청 인력과 조직이 열악하다 보니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식품의 안전은 ‘제2의 국방’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고 국민 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무엇보다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따라서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식품안전관리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려 노력했다.

안전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은 ‘안심(安心)’이다. 안전과 안심은 비슷한 의미지만 그 뜻은 다르다.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안심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안전은 위험이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라면 안심은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마음을 편히 가진다는 것이다.

앞서 발생한 멜라민 사태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식품에 섞인 미량의 멜라민은 과학자 시각으로 볼 땐 커피 속 카페인보다도 위험하지 않다. 말그대로 ‘위험이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에겐 이런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걱정이 떨쳐진’ 안심한 상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지만 그들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업체가 자체 검사하고 회수하는 것으로 끝냈다. 우리는 식약청이 나서 판매와 수입금지 조치를 했다. 가만히 있으면 국민들이 용납을 하지 않는다. 안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민들이 과학에 입각한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취임하면서 ‘섬김과 봉사’를 강조하며 행정에 실행했다. 누군가를 섬기고 봉사를 할 때 그 진정성이 느껴지고 또 소통할 마음이 열린다. 어려움이 생기면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루느니라.”(롬 8:28)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