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69> 검을 쓰는 자, 검으로 망한다

입력 2024-07-09 03:08
프라 안젤리코 作 / 시종 말고의 귀를 자르는 베드로, 15세기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 사역을 앞에 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밤새워 기도하신 예수님
이른 새벽에 돌아와 보니 제자들은 자고 있네
일어나거라,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에 있다

예수님을 배반하여 팔아넘긴 제자, 가룟 유다
그가 로마 군병들과 성전의 경비병들을 이끌고
예수님이 계신 겟세마네 동산에 이르렀네
입맞춤을 신호로 예수를 체포하라고 일러두었네

유다야, 네가 입맞춤으로 인자를 파느냐
그렇다면 너는 어서 네가 할 일을 하여라
무리가 달려들어 예수님을 포박하려 할 때
시몬 베드로가 검을 빼어 한 사람의 귀를 베네

대제사장 집안의 하인 말고의 오른쪽 귀가
베드로가 휘두른 검에 그만 잘렸네
안 된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 하시며
예수님이 친히 말고의 귀를 만져 낫게 하셨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는 날 곧 고난주간 금요일의 이른 새벽에 일어난 사건으로(AD 30년 봄), 예수님을 팔아넘긴 배반자 가룟 유다가 군인들을 이끌고 예수님을 체포하러 왔을 때다. 이때 대제사장 집안의 하인도 따라왔는데 그의 귀가 베드로의 칼에 잘려나갔고 그 귀를 예수님이 회복시킨 표적이다. 이 사건은 복음서를 종합해서 살펴야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마 26:47~56; 막 14:43~50; 눅 22:47~53; 요 18:3~11) 대제사장 집안의 하인 이름은 말고였고(요 18:10) 베드로의 칼에 잘린 그의 귀는 오른쪽 귀였다.(눅 22:50; 요 18:10) 그렇게 잘린 귀를 예수님이 손수 만져 낫게 하셨다.(눅 22:51) 이는 제자에게 배반당하여 체포당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귀가 잘려 고통당하는 하인을 불쌍히 여기시어 사랑을 베푸신 예수님의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