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업구조 재조정(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이 올해 연말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과를 평가해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교체된 인사도 예외는 없다. CEO 평가를 매년 하는 것으로 정례화해 계열사 CEO들의 경영 책임감을 키우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조에 그룹 각 계열사는 연내 가시적인 리밸런싱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창원(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달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내 모든 CEO 임기를 올 연말까지라고 선언했다. 연말 CEO들에 대한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CEO 임기를 1년씩 연장하는 방식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년 성과를 평가하는 고강도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그룹 경영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교체된 CEO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초 물러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대신 구원 등판한 김형근 사장(전 SK E&S 재무부문장), 최근 SK그룹 투자회사 SK스퀘어 대표로 선임된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도 연말 평가 대상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사실상 ‘CEO 임기 1년제’ 도입을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초강수’라고 평가한다. CEO 임기가 2~3년 혹은 수년 동안 보장된 것처럼 여겨지면서 안일해진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변화라는 것이다. 계열사들에 대한 재정비를 신속하게 마쳐야만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새 판’을 본격적으로 짤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올해 내로 CEO가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사업 비효율을 얼마나 정리했는지 등을 연말에 평가할 예정이라 계열사별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 의장은 앞서 경영전략회의 직전까지 그룹 내 계열사를 돌면서 계열사 CEO들에게 리밸런싱 계획안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도 최 의장은 그룹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운영효율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통한 현금 확보를 강조했다. 구성원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OI는 수익 마진, 고객만족도, 지속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이다.
이에 일부 계열사는 이미 수익성 끌어올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합작한 ‘우티 유한회사’ 내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티맵모빌리티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지속해서 적자를 내면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우티 지분을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티맵모빌리티는 우티 지분 매각 이후 데이터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관계자는 “현재도 CEO를 비롯해 임원은 매년 연말 평가가 이뤄지고 임기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성필 임송수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