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속 ‘댓글팀’ 등장… 여권 ‘金 리스크’ 재점화 우려

입력 2024-07-09 01:12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 상세히 공개되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메시지 안의 ‘댓글팀’ ‘대통령 격노’와 같이 논란이 될 수 있는 표현까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향후 예기치 않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언론에 공개된 김 여사의 메시지를 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23일 한 후보에게 “제가 댓글팀 활용해서 주변 비방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라며 “사실 아니고 앞으로 그럴 일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댓글팀이란 용어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텍스트만 놓고 봤을 때는 한 후보가 김 여사 측에서 댓글팀을 이용해서 자기를 공격한다고 오해하는 것에 대해 ‘그거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 ‘한 후보는 왜 김 여사가 댓글팀을 사용한다고 오인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댓글팀이 뭐냐’는 진행자 질문에 “제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면책특권이 있을 때 얘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대통령 선거 때부터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려온 만큼 그런 것에 대해 수행팀이나 팬카페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온라인 대응을 하는 인력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부인의 메시지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구까지 여과 없이 공개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권 주자들 간 거친 난투극으로 자칫 ‘김 여사 리스크’가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개된 김 여사의 메시지 중에는 ‘1차 윤·한 충돌’로 불렸던 지난 1월 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 후보에 대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김 여사는 1월 25일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 후보가) 큰마음 먹고 비대위 맡아줬다”면서 “제 잘못에 기인해서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대통령(이) 격노하고 큰소리로 역정 내서 그런 것”이라며 “위원장님(한 후보) 상황 공감된다”고 적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는 1월 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조우했고, 함께 KTX를 타고 상경하면서 갈등설을 일단 잠재웠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