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로 무산된 ‘노란봉투법’ 입법을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재추진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마저 무노조·무파업 경영과 결별하면서 자동차와 조선 등 하투(夏鬪)를 앞둔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횡재세’ 도입 등 기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규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정치권의 입법 독주가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사태에서 유래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한차례 폐기됐다가 이번 국회 들어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야권이 합심해 더 강한 노란봉투법으로 다시 돌아왔다. 독소조항이 곳곳에 더 담겼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야 6당 공동발의안은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면서 노조 가입자 제한 요건을 삭제했다. 특수고용(특고)·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도 보호한다는 취지다.
경제계에서는 노조가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파업할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파업이 경영 환경에 상수로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근로자·사용자·노조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노사 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횡재세 또는 이와 유사한 법안도 경제계의 경계 대상으로 무리한 과세권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은행이나 정유사 등이 비정상적인 외부 요인으로 초과이익을 거뒀을 때 추가로 세금을 걷어 세수 결손을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횡재세는 21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지난달 13일에는 서민 금융에 대한 은행의 출연요율을 높여 횡재세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서민금융지원법’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8일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보호책을 만드는 상황인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다른 나라보다 빈약한 것을 넘어 경영을 옥죄는 환경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