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지도부가 자제를 요청하고, 의원 108명이 모인 대화방에서도 “자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이런 이전투구로 지도부가 들어선들 당이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자 논란은 8일 전대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제기됐다. 한 후보는 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지금 인신 공격과 내부 총질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겠느냐”고 따졌다.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도 “구태 정치를 청산해야 하는데 문자 논란과 같은 자해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 후보는 한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불화설을 염두에 둔 듯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표를 맡기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양측 대변인들이 방송에서 벌인 장외 공방전은 더 노골적이었다. 원 후보 측 대변인은 “(한 후보가) 김 여사 사과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3~5% 차로 진 10여 곳의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한 후보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판세가 어려워졌던 건 3월 이후 (대통령실의) 이종섭 대사 임명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총선 패배를 딛고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치르는 전대여야 하는데 이런 소모적인 공방이 지속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의 전대라면 민생 문제에 대한 해법과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 더 좋은 당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치열히 전개돼야 한다. 문자 논란과 같은 ‘과거’에만 매달리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당내 세력도 포용하지 못하고 싸움만 하는데, 어떻게 당세를 확장해 지지율을 높일 수 있겠는가. 전대 후보들이 남은 전대기간 만큼은 과거가 아닌 미래, 소모적 공방이 아닌 생산적 의제를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