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 안지환 박사 연구팀의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DAC) 기술이 일론 머스크 재단의 ‘엑스프라이즈(XPRIZE)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서 세계를 변화시킬 100대 기술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100대 기술 박람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연구팀은 석탄재 폐기물을 활용한 독자적인 DAC 기술을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에 홍보할 계획이다.
8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안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DAC 기반의 탄소 광물화 기술이다. DAC는 발전·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연료 등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춘다. 연구팀은 석탄재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제올라이트(다공성 구조 광물)를 합성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을 활용해 경제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머스크가 후원하는 탄소 제거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됐고, 전 세계 88국에서 1300여팀이 참가했다. 엑스프라이즈는 올해 5월 결선에 오를 20개 팀을 선정하기 직전 세계를 변화시킬 100대 기술을 발표했다. 안 박사 연구팀은 1300여팀 중 86등에 그치며 결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100대 기술에는 선정됐다. 결선에 오른 팀은 앞으로 1년 동안 1000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결과는 내년 4월 22일에 발표된다.
안 박사는 이번 대회의 결선 팀에 한국 기업과 연구팀이 하나도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결선에 오른 팀은 미국에 본사를 둔 팀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3곳, 영국 2곳 순이었다. 이 외에 유럽에서 4곳이 뽑혔고, 인도·오만·케냐·중국 기업이 각각 한 곳씩 선정됐다. 그는 “기관 연구원들은 2년 안에 당장 성과로 내놓을 만한 결과물이 없으면 물러나야 하는 분위기라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바이오와 인공지능(AI)에 모든 국가 재원이 쏠리는 현상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1세기 과학은 순환경제를 지향해야 하지만 환경 관련 연구는 주목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쓰레기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