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간 나눔 시대다. 교인들도 주중에 쓰지 않는 교회 공간을 리모델링해 이웃 사랑 실천의 장으로 활용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웃에게 교회 공간을 내어주는 일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막상 사역을 해보려는 교회들은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 재정이 없다”고 토로했고 이미 이웃에게 문을 연 교회들도 지속성에 관한 고충을 털어놨다. 국민일보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교회와 교회, 교회와 공공의 동역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엔 김민석(60)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민수(62) 아벨건축사사무소 대표, 임병선(52·용인제일교회) 허현무(42·프렌즈교회) 목사가 참석했다.
-교회 공간 공유에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
-용인제일교회는 체육관 키즈카페 예식장 주차장 등 교회의 여러 공간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임 목사=파손과 안전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사람 손을 거치다 보면 시설물이 부서지거나 고장 난다. 이 과정에서 부담과 불편을 호소하는 성도들이 있다. 이밖에 안전 문제도 발생한다. 교회 키즈카페에서 놀던 아이들이 다쳤을 때 책임 문제가 따른다. 또 전기요금처럼 시설을 유지할 최소한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현행법상 교회 이름으로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여러 시설을 갖추면서 쉴 만한 카페나 편의점을 열고 싶다면 비영리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 이름으로는 할 수 없다.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과정 역시 복잡해서 작은 교회들은 시도하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법안이 발의·개정될 가능성은 있는가.
△김 의원=낮다.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교회가 공간을 나누면서 구현하는 모습에서 ‘종교인가 복지인가’란 문제가 발생할 거다. 종교 간 차별 문제도 상상해볼 수 있다. 또 만약 교회가 주민을 위한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주변 상권과 이익 갈등의 문제도 생길 거다. 지금은 법안 발의나 개정을 따질 때가 아니다. ‘교회와 사회의 협력, 교회와 공공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고민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작은 교회가 이웃까지 섬기기란 인력·재정 등 여건상 쉽지 않을 것 같다.
△허 목사=그렇다. 작은 교회엔 준비된 일꾼이 적다. 교회에서 상처받고 오신 분들이 대다수다. 당장 한 영혼 한 영혼과 교제하기도 벅차다. 작은 교회들이 지역사회 이웃이 머물 만한 공간으로 실내를 재단장하는 일도 재정적으로 쉽지 않을 거다. 우리 교회만 하더라도 카페 시설을 갖추는데 재정이 꽤 들었다. 이웃에게 좋은 공간을 내주고 싶지만 못하는 교회들도 있다.
-대형 교회가 작은 교회의 사역을 뒷받침할 순 없을까.
△임 목사=당연히 도와야 한다. 다만 어떤 교회나 지원할 수는 없다. 대형 교회 재정도 성도 한 명 한 명의 귀한 헌금이다. 신중하게 써야 한다. 검증된 분들에게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대형마트 옆에 차린 구멍가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형 교회가 대형마트라면 작은 교회들은 명품숍이라 보면 좋겠다. 작더라도 독특한 비전과 사역이 있으면 좋겠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웃과 공간을 나누는 사역이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목사는 “교회가 공간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건 아닐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교회가 이웃과 접점을 늘릴 때 이웃도 교회와 교인을 다시 생각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교회들이 의지만 갖고 교회의 공간을 나누기엔 제약이 적지 않다. 교회가 시설을 갖춘 뒤 문을 열어도 이웃들이 찾아올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종교가 없는 이웃들이 교회 건물 자체에 발을 들이긴 쉽지 않다”며 “교회 밖 시설과 비교할 수 있는 파격 조건이 없다면 이웃들이 교회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는 어떻게 지역 주민들에게 문턱을 낮출 수 있나. 또 어떤 식으로 이웃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나. 이 과정에서 리모델링은 필요한가.
△양 대표=교회 담장을 비롯해 방어벽부터 치워야 한다. 여건에 따라 녹지 쉼터를 조성하는 방법도 권한다. 교회 건물의 공공성은 건물 바깥부터 시작한다. 지역주민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리모델링은 교회에서 어떤 공간을 제공하려는 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만약 강연회나 전시회를 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리모델링은 불가피하다. 재정을 들이지 않고 이웃과 공간을 나누는 방식으로는 주차장 개방 등이 있다. 이런 모든 사역엔 지속성이 전제돼야 한다.
△임 목사=교회 시설을 찾은 주민들이 교회에 머물 때 방문 목적에 맞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교회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에게 전도지를 내밀면 안 된다. 환대가 ‘기브 앤 테이크’로 받아들여지면 주민들은 교회와 멀어진다. 주민들이 교회에 발을 들였다는 자체가 은혜다.
-교회와 공공 기관의 협업도 가능할까.
△김 의원=작은 단위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기초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와 교회 연합 단체가 지역별로 시범 사업을 시도해보는 식이다. 협력 테이블을 만든 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인력 재정 환경 등 부딪히는 이슈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낮은 수준에서라도 제도화가 진행되지 않겠나. 교회와 자치단체가 현장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법제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국민일보의 역할도 요청했다. 교회 공간을 둘러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담론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참석자들은 “교회 공간 공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때 교회와 교회, 교회와 공공, 교회와 사회의 협업도 뒤따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우리가 협력이란 큰 대명제에 합의만 해도 매우 큰 성과다. 국민일보가 이를 나눌 포럼을 마련해준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K-코이노니아’란 포럼 제목도 제안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