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서로 돕고 챙기는 육남매 볼 때면 일상이 시트콤 같아”

입력 2024-07-09 03:06
이대현(앞줄 오른쪽) 순복음창원교회 목사가 2019년 무렵 찍은 가족 사진. 이 목사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막내 은미, 최선미 사모, 넷째 성희, 첫째 성민, 둘째 희찬, 셋째 성은, 다섯째 희재. 이대현 목사 제공

휴대전화 속 가족사진을 살펴보던 이대현(57) 순복음창원교회 목사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가족 사진은 마치 시트콤 촬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육남매를 뒀다. 스물여덟 살 신학교 가기 직전에 낳은 첫 딸 성민(29)을 시작으로 아들 희찬(27) 그리고 딸 성은(25) 성희(23) 희재(21) 은미(19)까지 1남 5녀다.

이 목사는 “가정형편이나 양육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자녀들이 우리 부부에게 준 기쁨이 더 컸다”며 “형제들끼리 어려울 때 함께 뭉쳐 서로 돕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아이 낳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현실 속에서 다자녀 가정을 이룬 이 목사 가정의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

이 목사를 지난 5일 경남 창원 성산구의 교회에서 만났다. 자리엔 그의 아내 최선미(54) 사모도 함께했다. 부부에게 다자녀 가정이 가져다준 기쁨과 유익을 물었다.

이 목사는 “아이들 때문에 목회했고, 아이들 덕분에 하나님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그저 감사요, 하나님 주신 축복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목사 부부는 다자녀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특히 이 목사는 한때 ‘나 한 사람도 건사하기 버거운데, 무슨 자녀들이냐’고 생각했을 정도다.

“사실 제게 있어 자녀를 갖는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나이 오십에 저를 낳으셨는데, 늘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았고 가정을 잘 돌보지 않으셨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키울 능력도 없이 자녀를 낳는다는 것, 그것도 많이 낳는다는 건 더 받아들일 수 없었죠.”

이 목사 부부는 셋째를 낳고 더는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목사 부부에게 하나님은 넷째 아이를 선물해주셨다. 이 목사는 “임신한 아내가 아닌 오히려 제가 쓰러져 누워버렸다”며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사모도 “셋째까지는 기쁨으로 받았지만 하나님께서 넷째를 주신 이유는 모르겠더라”며 “몸도 안 좋아 당시 침도 못 삼킬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부부는 기도하며 하나님께 그 뜻을 구했다. 이 목사는 밤이면 홀로 인근 산에 올라 기도했다. 이 목사는 “그러자 하나님은 광야에서 40년을 먹이신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과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5000명을 먹이셨던 일화를 보여주시며, 하나님만 신뢰하면 먹고 사는 건 다 하나님께서 하실 테니 우리가 걱정할 건 아니라는 믿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최 사모도 “‘넷째를 선물로 줬는데 왜 감사하지 않느냐’는 하나님의 물음에 회개하며 기도하니 병이 나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섯 자녀를 키우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집 같은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이 목사의 강박은 때론 아이들에게 상처가 됐다. 하지만 이 목사는 “당시엔 전쟁터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는 이것 조차 유익으로 바꿔주셨다”며 “버릴 것 하나 없는 축복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자녀를 키우며 오히려 자신의 낮은 자존감, 열등감이 회복됐다고 했다. 그를 돕는 주변의 손길도 이어졌다. 이 목사는 5년 전 지금의 교회로 부임하기 전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사역했는데, 이영훈 위임목사를 비롯해 교회는 다자녀를 둔 그를 위해 여러모로 지원해줬다. 이 목사가 “사실상 교회가 우리 아이들을 키웠다”고 말하는 이유다.

순복음창원교회 역시 양육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자녀를 둔 교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교회 공간을 다음세대와 학부모를 위한 공간으로 내주고 출산지원금과 장학금도 교회 형편에 맞게 지원한다. 이 목사는 이 모두 취지에 공감한 교회 구성원의 덕으로 돌렸다.

이어 “아이를 기르며 가계부를 쓸 게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다 길을 열어주시는 걸 체험했기에 교회 재정을 필요한 이들에게 흘려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여러 지원정책을 펼치는데 그것은 나무의 잎사귀와 줄기, 열매만 건드리는 것 같다. 핵심은 뿌리다”면서 “한국교회가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확인시켜 주는 신앙을 교육해 신앙과 믿음의 근본 뿌리를 점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불우했던 초등학생 시절 교회가 안식처이면서 위로의 장소가 됐던 경험이 있기에 가정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사역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했음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들이 더 깊은 성숙의 과정을 거쳐 치유되는, 전인적 치유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이혼 가정 등 깨진 가정을 상대로 일대일로 상담해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려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양육 걱정 등 현실적인 이유로 출산을 고민한다. 이에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을 주신 만큼 부모가 이를 감당할 그릇이 되게 하신다”며 격려했다. 또 “자녀를 다 길러 놓고 보니 지금은 오히려 자녀가 신앙의 동지이자 축복, 이루 말할 수 없는 유산이 됐다”며 “하나님이 자녀를 주시고 기르게 하시는 시간은 인생을 허비하거나 썩히는 시간이 아니라, 엄청난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뜻깊은 사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