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역대급 더위’가 예고되면서 폭염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는 실효적인 산재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권고’에 그쳐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올해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7일 국회입법현황을 보면 22대 국회 들어 폭염 등 기후재해 예방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은 4건이다. 국민의힘에서 임이자 의원과 김위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정 의원과 강득구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사업주의 보건조치 대상에 ‘폭염·한파에 장시간 노출돼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추가하거나, 폭염·한파 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 일시중단 혹은 휴게시간을 확대하도록 사업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현행 산안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의 작업을 중지시키고 대피시키는 등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극심한 폭염·한파가 빈번해지면서 작업중지 요건을 ‘기후’에 맞춰서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거나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사업주가 적절한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 방침이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21년 19건, 2022년 23건, 2023년 31건으로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다. 온열질환 사망 사고는 2022년 5건, 2023년 4건이었다.
경영계는 폭염·한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장 특성 및 작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작업중지명령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현행법상 ‘폭염·한파 등 기후여건’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가 규정돼 있어 법률 개정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산안법 개정안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폭염·한파로 인한 근로자의 ‘신체적 생산성 저하’를 고려하면 작업중지 등 건강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중소규모 현장의 경우 온도에 맞는 휴식 제공은커녕 폭염에 대한 건강관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현행법상 ‘고온·고열 작업’ 개별조항에 건설업 등을 포함해 현장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