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결막 조직이 검은 각막 덮어
통상 “눈에 백태가 꼈다” 호소
햇빛 강한 날 선글라스 착용 습관을
재발 잦아 수술 타이밍이 중요
국내 의료진, 최적 수술 시기 제시
통상 “눈에 백태가 꼈다” 호소
햇빛 강한 날 선글라스 착용 습관을
재발 잦아 수술 타이밍이 중요
국내 의료진, 최적 수술 시기 제시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예상된다. 한낮 강한 햇빛 자외선은 피부뿐 아니라 눈에도 해를 입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반변성이나 백내장은 자외선이 안구 안까지 침투, 손상을 입혀서 시력 상실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아울러 ‘군날개’라는 질환은 검은 눈동자 표면에 하얀 모양이 생겨 미용상 보기 좋지 않고 시력 저하까지 부를 수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도 만성 자외선 노출이다.
군날개는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데, 치료하더라도 재발이 잦다. 미용상 이유로 너무 성급하게 수술할 경우 재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반면 오래 방치하면 수술 후 시력 개선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수술 타이밍이 중요한데, 수술 시기 결정이 쉽지 않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국제 학술지를 통해 재발이 잦은 군날개의 최적 수술 시기를 최초로 제시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
군날개는 눈의 흰자 겉을 감싸는 얇은 결막 조직이 검은 동자, 각막 위를 침범해 들어온 상태를 말한다. 새의 날개 모양을 하고 있어 군날개 혹은 익상편(翼狀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개 이런 환자들은 “눈에 백태가 꼈다” “검은자 위쪽이 하얗게 덮여 있다”고 호소하며 안과를 찾는다. 백내장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백내장은 안구 안의 수정체가 혼탁하게 돼 하얗게 보이는 것으로, 흰 결막 조직이 검은 각막을 덮어 생기는 군날개와는 다르다.
군날개는 자외선 외에 나이, 외상, 심한 알레르기질환, 만성 면역질환, 바이러스 감염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가천대길병원 연구팀은 납·수은 등 중금속 노출이 군날개 발생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같은 연구팀은 앞서 군날개와 미세먼지의 상관성을 입증한 바도 있다.
중앙대병원 안과 김경우 교수는 8일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이 핵심”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실제 북위 30도와 남위 30도 사이 국가들에서 군날개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익상편 벨트’가 존재한다. 또 바닷가 등 야외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많이 발생해 해외에서 ‘서퍼의 눈(Surfer’s eye)’으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료 환자 중 농업 종사자나 바닷가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 직업 군인들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률은 비례해 40세 이전에는 유병률이 1% 미만, 60세 이상에서는 6%를 넘는다.
군날개는 흰자와 검은자 경계 부위에 있는 ‘각막 윤부세포(줄기세포 존재)’가 손상돼 결막 조직이 섬유혈관성 증식을 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혈관이 많이 자라나 있고 항상 충혈돼 보이며 여러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환자들은 눈에 지속적인 불편감과 이물감을 겪는다. 또한 하얀 결막 조직이 각막 위로 자라나서 각막 모양을 변형시켜 난시를 유발한다. 심한 경우 동공을 가리기 때문에 시력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군날개가 각막을 더 많이 침범할수록 난시가 더 심해지고 수술 필요성도 커진다. 김 교수는 “너무 많이 침범하면 각막 상태와 모양이 와해되고 각막이 뒤틀려버릴 수 있으므로 난시가 심해지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수술 후 난시 회복을 최대한 도모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팀은 국제안과학술지(Acta Ophthalmolgica) 최신호에 군날개가 처음 발생한 환자에서 수술(자가윤부결막이식을 동반한 군날개 절제술)의 최적 타이밍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군날개 수술 환자 84명의 93안을 분석한 연구에서 군날개의 형태학적 지표 4가지(군날개의 수평 각막 침범 길이, 높이, 두께, 중심각막 두께 대비 잔여 정상각막 두께 비율)를 새롭게 제시하고 수술 후 각막 기능의 정상 회복을 가져올 지표들의 기준 수치를 도출해 냈다.
연구팀은 특히 군날개의 수평 각막 침범 길이와 각막 난시의 정도가 수술 시기 결정에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최신 진단 장비(빛간섭촬영계) 측정을 통해 군날개가 각막을 파고든 길이가 5.03㎜, 각막 난시값은 5.78디옵터(굴절력 단위)가 되기 전 수술하는 것이 수술 후 시력 회복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이라는 걸 밝혀냈다. 김 교수는 “군날개 수술의 최적 시점을 예상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군날개 발생을 줄이려면 자외선 차단이 필수적이다. 군날개는 주로 귀 쪽 흰자보다는 코 쪽에 많이 생긴다. 콧등에 반사되는 빛에 의해 코 쪽 결막에 더 자외선 노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 착용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바깥 활동이 많은 직업군은 특히 자외선 노출을 경계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너무 어두운 색상보다는 눈의 윤곽이 보일 정도의 제품이 적당하다.
군날개에 대한 자가 진단도 해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 불빛으로 자신의 눈을 비추고 거울을 봤을 때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가 무너진 부분이 있다면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