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구하라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끝까지 이르리로다.”(시 2:8)
주님은 나를 이 말씀으로 선교사로 부르셨다. 소명을 받기 전 한국에서 태권도 선교를 한다며 태권도장을 시작했다. 경험 없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월세 내기도 어려웠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해 대출받을 길을 찾는 중에 사방의 길이 막혀 실망하고 있을 때 주님은 이 말씀으로 선교사의 소명을 주셨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선교부의 선교지 조정에 따라 갑자기 선교지가 결정돼 필리핀에 준비할 시간 없이 파송 받았다. 그때 매주 서투른 영어로 전도를 하는데 90% 이상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러나 이들은 성경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톨릭 국가라서 모두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였다.
예수님 안 믿는 이들이 많은 나라에서 선교하길 원했기에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심하던 때였다. 성전 미문에 앉아 있는 하반신 장애인을 베드로와 요한이 일으키는 사건(행 3:6)의 말씀을 통해, 성전과 가장 가까이 매일 있지만 살아계신 주님의 능력에 배제된 상태를 보게 하셨다. 이 모습이 필리핀 교회의 현재 상태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필리핀 교회를 회복시키는 게 내 선교 사명임을 깨달아 시작한 선교 사역이 올해로 33년이 되었다.
필리핀은 7000여 개 섬으로 된 나라로, 가톨릭을 믿는 국민이 80% 이상인 가톨릭 국가다. 언어는 그들의 국어인 타갈로그어와 공용어로 영어를 쓴다. 70여개 종족 중 가장 큰 종족 그룹이 말레이족이다.
역사적으로는 16세기 당시 스페인이 이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부족 국가를 흡수·통합해 필리핀이라는 한 나라를 만들어 약 350년간 지배했다. 이후 미국 46년, 일본 4년 통치로 약 400년간 식민통치 아래 있던 나라다.
현재 필리핀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아 한국 선교사가 선교하기 좋다. 또한 해외 이주노동자로 1000만여 명 필리핀인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어서 그들을 거점 삼아 세계를 복음화하기에 최적화된 상황이다.
나의 선교사역은 태권도를 통한 교회 개척과 제자훈련이다. 지금은 13명의 제자 사범들이 30여개 도장과 학교, 교회 등에서 태권도를 가르친다. 그리고 현지인 교회를 개척해 시무하고 필리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십자가 복음과 선교적 교회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또한 선교 센터에서 분기마다 한국 선교사들과 필리핀 목회자들 중심으로 새물결훈련원을 열어 2박3일 동안 교회의 회복 사역을 돕는다.
차세대를 세우기 위해서 현재 두 개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 번째 학교를 건축하며 학원 선교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선교에서 진행하는 ‘2+2 인턴선교사’를 통해 1년 동안 단기선교로 보냄 받은 청년들을 지도선교사로 섬기고 있다. 청년들이 사역보다 훈련을 목적으로 섬길 때 선교지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앞으로 선교적 삶을 살게 될 것을 기대한다.
필리핀은 제3세계 기독교 국가 중에서 세계 복음화를 위한 일꾼 양성과 선교사를 파송시킬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나라다. 필리핀 사람들의 언어와 다문화 소양, 디아스포라적 환경 여건과 필리핀인의 관계 친화적 기질 등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앞으로 필리핀 선교가 더욱 기대되고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카인타(필리핀)=글·사진 황량곤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