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희생자들은 모두 철제 방호울타리(가드레일)가 길게 쳐져 있는 인도에 서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가드레일은 충돌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무단횡단 및 자전거 추락 방지용으로 사고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인도를 덮친 차량을 가드레일이 막지 못해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여러 건이다. 보행자 안전 대책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보행자 교통사고는 19만3883건 발생했다. 5323명이 사망하고 19만6127명이 다쳤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치거나, 택시가 버스전용승강장 안전 난간을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한 일도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걷던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었으나 차량의 충격을 전제하지 않고 설계된 게 대부분이다. 가드레일 유지·보수·성능과 관련된 법 기준이 취약하고, 명확한 교체 주기도 없다. 정부 차원의 설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가드레일은 교차로나 고속도로에 설치되는 차량용과 일반도로에 설치된 보행자용으로 나뉜다. 보행자용은 무단횡단 방지 등이 목적이고, 차량 사고에 대비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행자용 가드레일을 더 튼튼히 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서둘러야 한다. 호주는 내년 1월부터 모든 도로에서 새 가드레일을 설치할 경우 무게 2270㎏ 차량이 시속 100㎞로 충돌해도 버티는 정도의 성능을 충족하도록 했다. 우리도 유동인구가 많거나 사고 위험이 큰 구간, 차량이 빨리 달리는 곳들을 중심으로 가드레일 성능을 우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처럼 역주행 위험이 있는 도로에 대한 통행체계 개편도 검토해야 한다. 제한속도 30㎞ 이하로 제한된 서울 도심 도로에 과속방지턱 설치 의무화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