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 방탈출 접목하고 쇼츠처럼 짧게…

입력 2024-07-05 03:03
하늘샘교회 청소년들이 방 탈출 콘셉트의 예배를 드리는 모습. 하늘샘교회 제공

지난 3월 고난주간.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교회(전웅제 목사)의 한쪽 구석. 4개 조로 나뉜 성도들은 긴장감 속에서 문제를 풀었다. 예수님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인 빌라도와 베드로, 유다를 살펴보면서 누가 범인일까를 맞히는 게임이었다. 참가자들은 단계별로 성경 구절을 확인하며 답을 유추했다. 드디어 마지막 단서에 도달했다. 순간 충격적 진실과 마주했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죄인은 바로 나였다. 그때 퀴즈 코스의 최종 단계 문의 쇠사슬이 풀렸다. ‘방 탈출’ 요소를 가미한 예배였다.

고난주간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특이한 예배는 잘파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잘파세대는 MZ세대를 넘어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말로 현재의 청소년들(20세 미만)과 초등학생들(13세 이하)을 포함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를 교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2주간 똑같은 형식의 예배를 반복하는 기존 방식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3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2회 프레시 콘퍼런스 다음세대 패널 강연에서다.

강연자인 전웅제 목사는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잘파세대는 유튜브 시청이나 게임 등을 일상적으로 하며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들이 교회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회는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아이들은 보통 새벽 3~4시에 자는 경우가 많다. 아침 9시 예배에 나오기 힘든 게 당연하다”면서 “예배 시간을 아예 오후나 저녁으로 변경하고 교회 공간을 더 트렌디하고 힙하게 바꾸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쇼츠(1분 영상) 시대에 맞는 짧고 임팩트 있는 예배 형식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2년 전 개최한 '흠뻑축제' 포스터. 하늘샘교회 제공

하늘샘교회는 예배 시간 변경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무선 인터넷 환경과 스터디 카페, 게임 공간, 코인노래방 등을 마련해 아이들 눈높이에 접근하고 있다. 전 목사는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한 채 드리는 예배나 방 탈출 게임 요소를 반영한 예배, ‘워터밤’ 콘셉트의 전도축제(흠뻑축제) 등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배가 재미 있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느껴져야 아이들이 교회에 머물며 신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양=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