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하는 등 장관급 3명을 교체했고,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바꿨다. 4·10 총선 이후 3개월 만에 이뤄진 개각인데 개각 폭과 내용은 국정쇄신을 기대한 여론에 한참 못 미친다.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유임된 것으로 보이고 이태원 참사 이후 줄곧 문책 여론에 시달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곧 일부 부처 장관들을 추가로 교체한다지만 이번 개각이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각의 면면을 보면 정통 관료들의 무난한 내부 승진일 뿐 국가 통합에 적합하거나 참신한 인물의 기용은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원장 자리에 방송기자 출신이 지명된 것이 눈에 띄지만 나머지는 거의 관료들의 승진 잔치다. 특히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 소위 힘 있는 부서의 엘리트 관료들이 고위직을 휩쓸어 인사 쏠림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지거나 정부 혁신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 요인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정권 심판론이었다. 야당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공천 잡음에 내홍을 겪었는데도 여당이 국회 의석 수 3분의 1이 겨우 넘는 108석에 그친 것은 정권 심판론 말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달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는 없었다. 1년 9개월만에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처음으로 영수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협치는 불발됐고, 성과는 없었다. 입법 폭주로 돌아선 야당의 정략 탓이 크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과 노력도 부족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20%대로 추락한 여론조사도 있었다. 2년 전 대선 득표율(48.56%)에 비하면 바닥세다. 돌아선 민심의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용인술에 대한 실망이 있다. 내각과 당에 자기 사람만 심는 ‘편중 인사’, 대형 참사에도 책임지지 않는 ‘고집 인사’, 각종 의혹 해소 요구에 눈을 감는 ‘불통 인사’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심을 다시 얻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이 지지부진하면 2년 후 지방선거와 3년 후 대통령선거도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