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얘기·방향감각 상실… 공공연한 비밀 된 바이든 노화 증상

입력 2024-07-04 04:0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위기대응센터를 찾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신이 금방 한 말이 뭔지도 잊고, 대화하다 엉뚱한 말을 늘어놓거나 주위 상황을 놓친 채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고령의 노인이 보이는 전형적인 뇌 기능 감퇴의 모습이자 치매 초기 증상이다. 81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런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 도중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꺼낸 주제를 놓치는가 하면 날카롭게 들어온 공격을 얼버무리기까지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바이든 대통령과 최근 대화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한 인지기능 감퇴 현상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 이전부터 문장을 다 말하지 못하거나 친근했던 주변 사람을 잊어버리고, 관련 없는 사실을 뒤섞어 혼동한 적이 여러 번 목격됐다. 지난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념식 당일 나팔 소리가 울려 성조기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되레 등을 돌렸다. 그러자 동석했던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와 함께 국기를 등지며 실수를 덮었다.

이튿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어색한 장면이 이어졌다. 너무 작은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주변 인사들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지원을 언급할 때 전력망 재건을 위한 목적이라고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TV토론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3주 이상의 시간을 유럽 우방국 순방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에 할애해야 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그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지극히 정상’인 모습과 ‘노화와 인지기능 감퇴’ 모습을 동시에 보였다. 다수의 회의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서 갑자기 혼자 떨어져 행사에 동원된 낙하산 부대원을 향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를 다른 정상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당시 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곤혹스럽지 않도록 걷는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한다.

NYT는 “정상회의에서 만난 유럽국가의 한 고위 당국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 상태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쇠퇴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 말을 인용해 “유럽 쪽 참석자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TV토론 이틀 전까지 단 한 번의 모의토론도 해볼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이 피로감을 호소해 모든 일정을 오전 11시 이후로 미뤄야 했으며, 일정 하나를 마치면 낮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모들이 TV토론 준비로 고심하는 동안 고향인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