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야 설득 못하면 ‘경제살리기 대책=말의 성찬’일 뿐

입력 2024-07-04 00:30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은 제목 그대로 우리 경제의 단기(하반기) 및 중장기(역동경제) 과제와 방안을 담았다. 수출 호조의 온기에서 배제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자본시장 선진화·근로·교육 개혁을 중장기 과제로 배치했다.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보여지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나오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거대야당을 설득하느냐다. 풍성한 정책 제시보다 실천을 위해 더 중요한 부분인데 이에 대한 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임대료·전기료·인건비 부담 경감 등에 25조원가량 지원하기로 했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에 약 14조원, 기금 확대에 10조원, 점포철거비·취업 등에 1조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내년 예산은 심의 중이지만 (지원 액수는) 가용 재원 내에 있다”고 말했다. 세수가 2년 연속 크게 펑크날 게 확실한데 뚜렷한 세입 대책이 없는 지원책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자금 상환연장 등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고 내·외부 경제여건도 여전히 불확실해 지원 규모가 이번 발표 수준에 그칠지도 확신이 안 선다.

역동경제 로드맵의 핵심으로 제시된 밸류업 대책은 기업의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5%), 주주의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폐지가 골자다. 이를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 상속·증여세법,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모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여야 현실에 적용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대주주 할증평가제 폐지 등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함께 발표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기한 1년 연장, 대형마트 영업규제 시간 내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은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도 담겼지만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 야당 반대로 폐기된 안을 재차 꺼내든 것이다.

국회 대책을 묻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논리로, 시장에서 원하는 힘으로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타협보다는 여론몰이에 치중하겠다는 의중으로 비쳐 걱정이다. 정부와 야당의 힘겨루기로 이전 21대 국회에서 수많은 민생법안이 폐기됐다. 거야의 독선이 원인 제공을 하긴 했지만 정부의 설득 노력도 컸다고 볼 수 없다. 화려한 정책이라도 입법이 되지 않으면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서로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야당·정부 협의를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 민생은 오기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