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을 회상한다. 살아 있음이 오감으로 느껴졌던 유일한 시절 나는 격정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은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될 만큼 인간 존재를 뒤흔드는 힘이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을 사랑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사랑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은 본래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힘이지만 현실 속 사랑은 낭만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사랑은 누구나 알고 있는 숭엄한 단어인데도 사랑의 본질이 무엇이며 사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 책은 독자에게 사랑에 관한 앎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한다. 책을 펼치기 전 두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는 게 좋다. 첫째는 구약성경의 ‘아가’이며 둘째는 자크 라캉의 ‘사랑론’이다. 저자는 사랑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솔로몬과 술람미의 서사에서 길어 올린다. 저자는 말한다. “사랑과 불안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굳이 이 시를 고른 이유는 이만큼 사랑과 불안을 명료하게 보여준 서사를 찾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아가의 서사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솔로몬과 술람미는 샬롬, 곧 평화의 남성 이름이자 여성 이름이다. 동일한 이름을 가졌지만 다른 존재인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다 곧 불안에 봉착한다. 여러 사건을 통과하며 사랑을 이어가다 끝내 자유를 쟁취한 상호적 사랑을 이룬다.
연애 예능프로그램으로 사랑을 대리 만족하는 현대인에게 현실 속 사랑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사랑은 언제나 통제 불가능한 낯선 존재다. 사랑을 선택하는 일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은 긍정만을 끌어안는 행위가 아니다. 거절과 이별의 가능성이라는 부정마저 끌어안을 때 비로소 사랑이 가능해진다. 사랑의 본질이 긍정과 부정의 뒤섞임이란 걸 받아들인다면 이 책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랑은 인간의 삶, 그 자체다. 누구나 사랑에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이해해야 한다. 사랑이 무슨 감정인지 사랑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사랑은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관한 앎이 필요하다. 저자는 심리학의 렌즈로 구약성서의 아가에서 사랑론을 길어 올린다. 솔로몬과 술람미 이야기로 사랑의 메커니즘, 애착 불안 강박 소유 자유 상호성과 같은 주요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사랑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