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채상병 특검법 상정, 與 필리버스터… 정치는 없다

입력 2024-07-04 00:32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채상병특검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 한 달 만에 뒤늦게 원 구성을 한 것도 모자라 등원해서도 극한 대결로만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으로 국회를 힘자랑 무대로 쓰고 있고,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면서 여의도에서 ‘정치’가 아예 사라진 듯하다. 협치와 민생은 실종된 채 여야 이전투구의 장이 되어가는 국회에 국민들 속만 타들어갈 것이다.

국회는 3일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려 했으나 민주당 요구로 ‘채상병 특검법안’이 일방적으로 상정되면서 결국 파행됐다. 특검법안 상정을 반대해온 여당이 법안 상정 뒤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대정부질문이 무산됐다. 윤석열정부 3년차 경제 정책을 점검하고, 올 하반기 민생경제 회복 방안을 토론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국회는 그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때도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발언한 것에 여당이 반발하면서 본회의가 중단됐었다.

새 국회가 시작되고서 계속 볼썽사나운 모습만 되풀이되는 건 민주당의 입법 독주 탓이 크다. 윤석열정부를 압박하고,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게 지금 민주당의 지상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며칠 사이에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이 전 대표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잇따라 무리수를 둬 왔다.

민주당은 대다수 국민들이 해결을 바라는 민생 문제와는 동떨어진 이런 입법 독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민생경제 회복과 자영업 위기 대처, 첨단산업 지원 문제, 의·정 갈등 등 지금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170석이 넘는 ‘슈퍼 야당’이면 그런 민생 과제부터 해결하는 게 책무다. 그 정도 의석이면 여권에 먼저 양보하고, 협치의 손도 먼저 내밀어야 한다. 그런 큰 정치를 하지 않고 갈등을 키우는 정치, ‘방탄’의 정치에 매달리는 건 유권자를 배신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치의 정도(正道)를 걷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