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도, 6년차 엔지니어도… 계급장 떼고 “AI와 놀자”

입력 2024-07-04 06:04
GS가(家) 오너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위 사진)과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GS그룹 주최로 열린 ‘제3회 해커톤(Hackathon) 대회’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GS 제공

노란색 캡모자에 남색 크록스 신발, 그리고 하얀색 반팔티. 야유회 복장을 한 GS그룹 직원 351명이 3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 모였다. GS그룹이 개최하는 제3회 해커톤(Hackathon)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실리콘밸리식 혁신 아이디어 경연을 뜻한다.

이번 대회는 생성형 AI를 현장 업무에서 즐겁게 활용하자는 의미의 ‘PLAI with GenAI’를 주제로 4일 오후 5시까지 30시간 동안 진행된다. 원하는 팀에 한해 30시간 연속 참여도 가능하다.

GS그룹 19개 계열사 83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직급과 연차는 내려놓고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며 회의하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회의를 하다 지치면 ‘플레이존’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고, 서로 간식을 먹으며 머리를 식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GS건설에 입사한 강병민(30) 전임은 신입사원 2명과 함께 해커톤에 참여했다. GS건설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됐다. 화이트보드에는 ‘건설현장에 투입된 건린이(건설+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AI’라고 적혀있었다. 강 전임은 “현장 일을 하다 보면 산업안전법·건설기술진흥법·GS만의 기준까지 여러 규정이 있는데, 바로 위가 팀장급이다 보니 쉽게 질문하기가 어려웠다”며 “저희 같은 신입사원들이 검색 몇 번만으로도 여러 규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통해 구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제는 생성형 AI지만 올해 참가자 중 비개발 직군은 77%에 달한다. GS EPS에서 온 황두현(34) 매니저도 AI와는 관련이 없는 6년 차 엔지니어다. 황 매니저는 “생성형 AI는 나만의 조수를 두는 개념”이라며 “AI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이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대회와 달리 올해는 1등을 가리지 않는다. 참가한 모든 팀이 완성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할 수 있다. 여기서 선정된 팀들에게는 그룹 차원에서 아이디어 현실화 기회를 준다.

이날 행사에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GS그룹 오너 일가 4세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 여수공장팀에게 “GS칼텍스 구성원 절반은 여수에 있기 때문에 공장의 디지털 혁신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머신러닝이나 일반 AI는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해커톤에서는 현업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로 직접 개발을 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직원들을 일일이 돌아본 허윤홍 사장은 “AI가 그룹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해커톤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궁금해 방문했다”면서 “이미 건설 현장에서는 생성형 AI의 실시간 통·번역 기능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